Choi Eunbin, Stand in-, 2024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기획전 《O Collective》를 12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나 서사로 수렴되지 않는 창작 방식과 공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본 전시는 2025년 신설된 ‘CR 교외학교 : 콜렉티브 어프로치’ 공모의 첫 결과 전시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노혜지, 최은빈 두 작가와 초대 작가 봄로야가 참여했다. 세 작가는 1년동안 리서치에서 실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하며, 창작을 결과 중심의 경쟁 구도에서 관계적 과정으로 전환하려는 실험을 진행했다.

서로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이 처한 환경적·제도적 조건, 작업 지속을 위한 현실적 문제, 일상과의 균형 등 구체적 사안들을 논의했다. 《O Collective》는 완성된 결과물 중심의 전시가 아니라, 1년간 축적된 연구와 협업의 과정을 전시 형식으로 드러낸다.


Bomroya, 연결통로 가이드의 하루, 2024 ©CR Collective

전시 제목의 ‘O’는 원이자 구멍으로, 결핍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무한을 상징한다. 닫히지 않은 형태는 끝없이 이어지는 가능성을 내포하며, 전시는 이 열린 구조 속에서 의미의 완결을 지연시키며 서로의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께-되기는 단순히 ‘함께 있음’의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홀로 완성될 수 없기에 언제나 서로를 경유하며 존재하고, 그 얽힘 속에서 스스로를 갱신한다. 전시는 고정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관계가 교차하고 머무르는 지점을 드러냄으로써, 의미가 완결되기 이전의 과정적 시간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O Collective》는 이해할 수 없음의 조건을 외면하지 않고, 그 틈새 속에서 관계가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작가는 단일한 주제로 공명하지 않고, 대신 어긋남과 손실의 감각을 감내하며, 그 불완전한 교환 속에서 타인과의 거리를 다시 정립한다.


Noh Hyeji, 해변 위 깃털과 뼈, 2024 ©CR Collective

이들은 하나의 언어로 말하지 않지만, 서로의 목소리가 남긴 진동이 전시장 곳곳에 겹쳐진다. 전시는 완결된 합의나 서사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대신 불확실성과 단속적인 만남의 시간을 감각의 밀도로 형식화하며, ‘함께 있음’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그것은 관계의 공백을 부정하지 않고, 실패를 매개로 또 다른 이해의 방식을 모색하는 시도다. 어쩌면 진정한 연대는 동일함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과 불완전함을 인식한 채 머무는 일일지도 모른다.

참여 작가: 노혜지, 봄로야, 최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