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Lemon》 ©Space Willing N Dealing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은 이승찬(b. 1985) 작가의 개인전 《레몬》을 8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범람하는 이미지의 시대에 의미를 상실해가거나 무의미하게 스쳐가는 수많은 기호와 상징이 그 본연의 기능으로 작동 가능할 수 있을지, 혹은 이미지가 가지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Lemon》 ©Space Willing N Dealing

‘레몬’이라는 과일을 지칭하는 단어가 ‘쓸모없는 것’ 혹은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던 것은 플라톤 사상에서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와 맞물린다고 볼 수 있다. 이승찬 작가에게 이미지는 단순히 현혹적이거나 무의미할 수 있는 데이터로서 대면하는 태도를 비껴가며, 수많은 망각된 것들의 틈을 통해 드러나는 또 다른 기억의 단서이기도 하다.

작가는 스마트폰 검색과 SNS가 일상이 된 오늘날 이미지는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몇 개의 관심 범주 안에서만 머물고, 그마저도 조금 후에 다른 이미지를 보게 되면서 눈 앞에서 망각되곤 한다고 말한다. 한편 작가는 간혹 흘러가는 이미지 속에서 그것이 보여주는 것과 다른 이미지의 연상이 상기될 때, 망각의 틈에서 지난 기억들이 밀려드는 경험에 주목한다.

Installation view of 《Lemon》 ©Space Willing N Dealing

그는 물감을 덮고 긁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망각과 기억의 반복을 형상화한다. 이전 화면에 다시 물감을 덮어 이전 기억을 망각하고, 표면을 다시 긁어내 이전 화면의 흔적을 발굴하면서 망각을 기억하는 것이다.

캔버스 표면의 거친 질감을 만들어낸 반복적 행위의 과정에서 뒤덮여진 이미지의 겹으로부터 드러나는 것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발현되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