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갤러리 외관 전경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2026년
상반기에 열리는 두 미술가의 개인전으로 본격적인 한 해를 시작한다.
먼저 한옥과 K3 공간에서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국내 첫 개인전 《Chora》가 열린다. 전시는 한옥의 중정, 즉 ‘야외이면서도 그 집의 벽들에 둘러싸여 온전히 야외이지만은 않은’ 독특한 건축 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를 K3 내부의 또 다른 공간으로 재생산해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같은 시기 K1에서는
국제갤러리에서 9년 만에 박찬경의 개인전 《안구선사(眼球禪師)》가 열린다. 박찬경은 지난 30여
년간 주로 분단과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을 매개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살펴왔다. 작가가 그간 글과 사진, 영상과 설치를 주로 해온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20여 점의 신작 회화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홍승혜, 〈표정 연습〉 스틸 이미지, 2025, Single-channel video, color, silent, 4 min. 15 sec., Courtesy of the artist ⓒ국제갤러리
상반기에는 부산점에서 홍승혜의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초에 시작한 평면의 운동성 실험부터 애니메이션과 퍼포먼스로 이어지는 움직임의 역사를 아우르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컴퓨터 화면에서 시작된 기하학적 형태들이 시간성을 획득하며 화면 안에서 움직이고, 서사 없이도 감각적이며 정서적인 울림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애니메이션 작업이 전시의 중심이 된다.
상반기에는 한옥 공간에서 미국의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시대적 금기와 그의 상상력이 만나 불러일으킨 사회적 반향을 넘어, 순수한 예술형식의 관점에서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특히 인물 초상 사진과 꽃을 포함한 정물 사진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대상의 시의성이나 화제성을 떠나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조형적 구도나 균형의 완벽미에 주목할 예정이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Harit Srikhao. ⓒ국제갤러리
비슷한 시기, K1과 K2에서는 한국 현대사진사의 흐름을 일군 구본창 작가의 기획으로 한국 사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단체전이 열린다. 포토샵의 시대를 지나 눈앞의 대상을 직접 촬영한 이미지와 신기술로 조작된 이미지의
구분이 더욱 어려워진 인공지능(AI)의 시대를 맞이하여, 이번
전시는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행위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하고자 한다.
전시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진작가들의 정물 작업을 소개하며, 특정 사진기술보다는 카메라의 핵심 구성요소인 ‘렌즈’를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그 물성을 탐구하는 작가들의 태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익숙하지만 묵묵히 존재해온 대상을 강요하지 않는 시선으로 담아낸 작업들을 통해, 사물의 존재가 드러나는 방식에 주목하고 사진을 사유하는 방법을 탐색하는 기획전이 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부산점에서 영상, 퍼포먼스에서
회화,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작가는
다양한 형식을 정교하게 엮어내며 개인과 사회, 삶과 죽음, 여러
신념 체계를 아우르는 존재와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시해왔다. 내년 부산 전시에서 아룬나논차이는
그동안 자신이 제작해온 영상 작품들을 돌아보며 영상언어의 확장성을 실험하고자 한다.

박서보, 〈Écriture No. 940106〉, 1994,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53 x 65.3 cm. Courtesy of Park Seo-Bo Foundation and Kukje Gallery. © PARKSEOBO FOUNDATION. 사진: 박서보재단
하반기에는 작고 3주기를
맞은 박서보의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K1과 K3, 그리고
한옥 공간에 걸쳐 전개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전에 남긴 말,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라는 문장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는 1967년
최초의 연필 묘법 작품부터 2023년 마지막 연작인 신문지 묘법 연작에 이르기까지, 50여 년에 걸친 변화의 궤적을 따라간다. 특히 그 변화를 단순한
양식 변주의 연대기가 아닌 사유와 육체, 재료와 환경, 그리고
예술가의 생애 국면이 맞물려 형성된 ‘변화의 철학’으로 조명한다. 이 전시는 박서보에게 변화란 무엇이었으며, 그 변화가 어떻게 예술의
본질을 재고찰하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는지를 돌아볼 것이다.
같은 시기 K2에서는
김세은의 국제갤러리 첫 개인전도 진행된다. 김세은은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끊임없이 재편되는 오늘날의 도시 환경에 주목하며, 그 속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공간적
변화를 마주한다. 급변하는 도시 속에서 개인이 숱하게 맞닥뜨리는 순응과 거부의 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신체적, 정신적 행위를 통해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적 어휘를 모색한다.

이희준, 〈The Dream of a Woman〉, 2025, Acrylic and photo collage on canvas, 160 x 8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이희준 ©국제갤러리
연말에는 한옥에서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지난 40여년 간 언어를 주요 재료로 삼아 작업해온 홀저는 다양한 원전의 문구를 여러 매체로 전달하며 역사적·정치적 불의를 고찰한다. 특히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간결한 경구들은
그간 LED, 대리석, 건물 외벽, 의류 등 다채로운 물성과 규모의 표면 위에 제시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친밀한 성격을 띠는 한옥이라는 공간 안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거리감 속에서 텍스트를
독해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하고자 한다.
2026년의 마지막
전시로는 K1과 K2에서 이희준 작가의 신작을
소개한다. 끝없이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의 디지털 환경을 긴밀히 관찰하며 그 안에서의 회화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는, 회화 안에서 사진과 조각의 방법론을 변주하며 도시와 건축 공간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