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Kitsch & Pop: Korean Pop Art Now)는 한국 팝아트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동시대 미술의 시각에서 다시 조명하는 전시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하고 주홍콩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2025년 10월 2일부터 11월 22일까지 홍콩 PMQ 블록 B에서 열린다. 앞서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선보인 데 이어 이어지는
순회전으로, 한국의 팝아트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탐색한다.

주 상하이 한국문화원 전시모습. (좌) 홍경택작가 (우) 손동현작가의 작품 /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주 상하이 한국문화원 돈선필 작가 전시모습 /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주상하이 한국문화원 류성실 작가 전시모습. /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K-팝과 K-컬처가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오늘,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 속 ‘팝’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장르나 양식을 넘어
어떤 문화적 의미를 지녀왔는지를 묻는다.
한국의 팝아트는 서구 팝의 모방이나 수용이 아니라, 대중문화와 예술 사이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미학을 형성해온 독자적 궤적을 지닌다.《키치 앤 팝》은 바로 그 궤적을 되짚으며, 팝의 언어가 한국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시도다.
전시는 “개별화된 팝(Individualized Pop)”과 “쿨-키치(Cool-Kitsch)”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개별화된 팝”은 대량생산된 이미지나 기호를 단순히 차용하는 대신,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감각, 사회적 맥락이 반영된 새로운 팝의 형태를
가리킨다.
“쿨-키치”는 과잉된 색채와 감정, 디지털
감각이 결합된 동시대의 미학으로, SNS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성되는 이미지의 속도와 유희성을 반영한다.
두 개념은 서로 교차하며, 한국적 팝아트가 고정된 양식이 아니라
시대의 조건 속에서 변화하고 확장되는 실천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홍경택, 노상호, 돈선필, 손동현, 박미나, 김신혜, 심래정, 우정수, 추미림, 류성실 등 총 열 명의 작품
참여 작가는 홍경택, 노상호, 돈선필, 손동현, 박미나, 김신혜, 심래정, 우정수, 추미림, 류성실 등 총 열 명이다.
이들은 회화,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 팝아트의 다층적 풍경을 제시한다.
홍경택은 대중적 이미지, 만화적
형태, 강렬한 색채를 결합해 한국 회화의 현대성을 구축해온 대표적인 팝 회화 작가다. 일상의 사물과 인물을 과감하게 왜곡하며, 회화의 리듬과 감정을 확장시킨다.
노상호는 SNS 이미지, 온라인 밈(meme), 디지털 스크린의 시각 언어를 회화적으로 번역한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이미지의 파편을 ‘손의 언어’로 옮겨냄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회화적
팝’을 새롭게 정의한다.
돈선필은 도시의 풍경과 소비사회의 이미지를 해체·재조합하여, 시각적 과잉의 시대 속 개인의 심리를 드러낸다. 익숙한 광고나 브랜드의 잔상을 비틀어 ‘도시적 감정의 회화’로 변환시키는 작업으로 주목받는다.
손동현은 전통 회화의 필법과 소재를 차용해 현대의 대중 아이콘—연예인, 정치인, 만화
캐릭터—을 그리며, 고전과 현대의 시각 언어를 병치한다. 그의 작업은 ‘조선화된 팝’, 혹은
‘전통의 키치화’라는 독자적 영역을 개척한다.
박미나는 재료와 색의 단순함을 통해 ‘비감정적 감정’을 구현하는 작가다.
일상의 사물과 색면을 반복적으로 배열하여, 팝의 표면 속에 감춰진 정서의 층위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팝아트가 품은 냉정한 균형감의 한국적 변주라 할 수 있다.
김신혜는 강렬한 색면과 평면적인 도형 구조로 감정의 밀도를 시각화하며, 회화가 지닌 물질성과 감각적 리듬을 통해 ‘팝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의 화면은 명확한 색의 대비 속에서도 일상의 불안과
생명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심래정은 사진적 이미지와 회화를 결합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불안한 시선을 탐구한다. 인물과
배경의 모호한 관계를 통해 ‘팝적 이미지’가 지닌 감정적
공백을 드러낸다.
우정수는 일상의 이미지와 광고적 시각 코드를 콜라주 형식으로 엮으며, 대중문화의 감각이 회화 속에서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보여준다. 명확한
선과 평면적 구조 속에서도 섬세한 인간적 감정이 배어 있다.
추미림은 인형, 장식품, 화려한 오브제 등 키치적 재료를 활용하여 젠더, 욕망, 소비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그녀의 작품은 키치의 표면성
속에서 여성적 주체의 감정을 재구성하는 행위로 읽힌다.
류성실은 퍼포먼스, 영상, 설치를 결합해 현대사회의 욕망 구조를 풍자한다. ‘성실화랑’ 시리즈를 비롯한 작업에서 그는 예술과 상업,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유머로 비트는 독보적 태도를 보여준다.
《키치 앤 팝》은 완성된 ‘한국적
팝아트’를 제시하기보다, 여전히 변화 중인 그 정체성과 가능성을
함께 사유하도록 제안한다. ‘한국적’이라는 정의가 단일한
미학이나 형식을 의미하지 않듯, 이 전시는 팝아트가 각기 다른 세대와 감각 속에서 어떻게 다시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팝과 키치,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시도는 결국 “지금 여기의 한국미술”을 말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한국의 팝아트는 더 이상 서구적 양식의 변주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자생적으로 진화한 감각적 언어로서 존재한다.《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는 그 언어를 기록하고, 동시대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다. 그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이야기이자, 앞으로도 계속 쓰여질 “한국적 팝”의
또 다른 장(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