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acrificium》. Photo: Euirock Lee. ©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듀킴 작가의 개인전 《Sacrificium》을 6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종교 체계, 섹슈얼리티, 사도마조히즘 실천 속에서 신체가 교차하고 수행되는 방식을 탐구해 온 듀킴의 이번 전시 《Sacrificium》은 제의와 욕망의 현장을 겹쳐 놓으며 또 다른 차원의 윤리를 제안한다.

창세기의 ‘아담과 갈비뼈’ 이야기를 퀴어하게 전유해 성별 이분법과 위계를 흔들고 혼종적 신체를 탐색한 2018년의 개인전 《다육 인간》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그 신화적 서사를 급진적으로 확장한다.

이곳에서 세계의 기원은 개별자가 아닌 접목과 증식에 의해 형성된 다육적 신체이며, 이들이 서로를 관통하고 얽어매는 형상은 미적이고 윤리적인 공동체로서 도래한다.


Installation view of 《Sacrificium》. Photo: Euirock Lee. © CR Collective

특히 제의적 공간과 BDSM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던전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이곳에서 다시 쓰이는 창세기와 새로이 구성되는 성화, 성가는 퀴어한 윤리 체계를 구성한다. 이때 윤리의 첫 번째 조건은 결백하고 정제된 도덕, 규범적이고 안전한 관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데 있다.

대신에 그것은 서로의 구멍을 메우고 다발로 증식하며 쾌락과 고통, 의존과 신뢰 속에서 서로를 얽어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적 체계가 전제하는 단일한 기원과 정상 신체, 이성애 규범을 손쉽게 초과하며, 이 불온한 세계를 구성하는 구조적 조건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Sacrificium》은 낙인찍힌 욕망이 모여든 성소이자, 가장 급진적인 돌봄과 상호 의존으로 엮인 윤리적 공동체의 형상이다. 수난을 겪은 몸과 찢어진 상처로부터 살점과 욕망이 증식해 가는 이곳. 이곳에서 하나의 신체는 열리고, 연결되며, 끝없이 거듭난다.

그 거룩한 장면들로서 계시되는 은총을 기쁨으로 맞이하라. 아주 오래된 윤리, 끝난 적 없는 복음이 도래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