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7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리는 샤르자 비엔날레 15 “Thinking Historically in the Present(현재를 역사적으로 생각하기)”전에 한국 여성 작가인 김아영, 박혜수, 최욱경 3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비엔날레는 샤르자 미술 재단의 디렉터인 후르 알 카시미(Hoor Al Qasimi)가 기획했다. 비엔날레는 150여 명의 작가(팀) 를 한 자리에 모았으며, 70점의 커미션 작품을 포함하여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아랍 에미리트 연방 샤르자의 5개 도시 내에 위치한 19개의 장소에서 다양한 공연, 음악 및 영화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국제 현대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은 나이지리아 큐레이터 故 오퀴 엔위저(Okwui Enwezor, 1963~2019)의 선지적인 업적에서 영감을 받았다. 엔위저는 서구 작가들 못지않게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예술가들도 글로벌 예술계에 공헌했다는 것을 조명한 큐레이터였다.
특히 엔위저가 예술 감독을 맡은 2002년 도큐멘타 11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알 카시미는 ‘현재에서 역사적으로 생각하기’를 이번 비엔날레의 개념적 틀로 설정하고 재해석했다. 알 카시미는 이번 전시에 대해서 “샤르자 비엔날레의 30주년을 기념하여 재단의 과거, 현대, 미래를 짚어 나가는 동시에 비엔날레의 주요 의제 그리고 나아가 민족, 전통, 인종, 성별, 신체, 상상력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2월 7일 개막하는 비엔날레에 맞춰 김아영, 박혜수, 최욱경 3인의 한국 여성 작가의 작품 세계를 미리 살펴봄으로써 이번 전시가 어떻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김아영(b. 1979) 작가는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설치, 가상 현실, 텍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작업한다.
작가는 근현대사와 특정 사건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작업을 한다. 이러한 연구는 사실에 대한 재확인이 아니라 사변적 이야기, 새로운 세계관 그리고 신화를 만들어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서사를 재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새로운 서사를 펼치는 작품은 지정학, 초국적 이주, 근현대사와 같은 주제를 아우르며 오늘날의 세상에서 지워지거나 간과된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자연과 사물, 비존재가 공존하는 삶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한다.
김아영 작가는 일민미술관(서울, 2018), 팔레 드 도쿄(파리, 2016), 문화역서울 284(서울, 2014), 쿤스트러하우스 베타니엔(베를린, 2012)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 및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작가가 가장 최근에 참여한 단체전으로는 울산미술관(울산, 2022), 리움미술관(서울, 2021), G미술관 X 카디스트(난징, 2021), 아르가우어 쿤스트하우스(아라우, 2021) 부산현대미술관(부산, 2021) 등이 있다.
또한 김아영 작가의 영상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 (2022)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제52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2023년 1월 25일~2023년 2월 5일)의 ‘암모도 타이거 단편 경쟁 부문’에 출품됐다.
박혜수(b. 1974) 작가는 방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하고 때로는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하여 자신만의 예술적 방법으로 작업을 펼친다.
그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보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의 삶을 분석하고 그러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문제를 드러낸다. 다양한 전문가와의 인터뷰, 관람객의 피드백, 참여자 설문 조사 등을 수반하는 박혜수 작가의 작업은 작품이라기보다 연구 프로젝트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다. 프로젝트성으로 이뤄지는 그의 작업은 집단적 기억과 다양한 삶의 가치를 시각화하여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인 생각을 드러내며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박혜수 작가는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서울, 2022), 교보아트스페이스(서울, 2020), 디스위켄드룸(서울, 2017), 송은아트스페이스(서울, 2016), 포스코미술관(서울, 2011) 등 다수의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서울, 2022),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22), 부산시립미술관(부산, 2021), 일민미술관(서울, 2021), 백남준아트센터(용인, 2020), Nyt 비보르크 뮤지엄(비보르, 2019), 부산현대미술관(부산, 2019) 등의 기관에서 개최된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혜수 작가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2014년 제13회 송은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금호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최욱경(1940-1985) 작가는 대담하고 강렬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필치로 국제 미술계와 한국 미술계 모두와 호응하는 추상 회화 작업을 했던 작가이다. 미국에서 15년을 보내면서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후 오방색, 서예, 수묵화, 한국 산수화 등 한국 문화의 시각적 요소를 결합하여 동양과 서양의 기법과 예술적 개념을 접목한 작업을 펼쳤다. 그는 색과 형태를 끊임없이 실험하며 남성 중심의 한국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새로운 경향을 도입한 작가였다.
최욱경 작가는 신세계 갤러리(서울, 1971), 로스웰 미술관 및 아트 센터(뉴멕시코, 1977),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1987), 호암미술관(서울, 1989)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스코히건 스쿨 파운데이션에서 주최한 “뉴욕 연례 초대전”(1967-1968), 도쿄의 “한국 현대 미술가 초대전”(1972), 제16회 상파울루 비엔날레(1981) 그리고 브루클린 미술관의 “코리안 드로잉 나우”전(1982-1985) 등 중요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3년에 시작되어 30주년을 맞이한 샤르자 비엔날레는 샤르자와 그 주변 지역의 동시대 미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 예술계와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관인 샤르자 미술 재단(SAF)이 주최한다. 곧 개최되는 샤르자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의 전체 목록은 샤르자 미술 재단 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