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래의 개인전 《Vomit My Blessing》이 2026년 11월 13일부터 2027년 3월 7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역사적인 교회이자 현대미술 기관인 아우데 케르크(Oude Kerk)에서 열린다.
 
아우데 케르크는 매년 두 차례 주요 미술 커미션을 통해 건물의 역사와 관계 맺는 작업을 의뢰한다. 2025년 김수자의 《To Breathe – Mokum》에 이어 2026년에는 이미래를 초청했다.
 
이번 전시에는 올해 여름 오스트리아 빈 제체시온(Secession)의 《The Heart of My Machine is Golden Lead》에서 선보인 설치의 일부 요소가 포함된다. 이미래는 이를 아우데 케르크의 건축과 역사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다.






이미래, 《The Heart of My Machine is Golden Lead》 전시 전경, 제체시온, 빈, 2026. 사진: Iris Ranzinger.

아우데 케르크 공간의 특징
 
아우데 케르크의 역사는 약 1250년의 목조 예배당에서 시작된다. 이후 여러 세기에 걸쳐 확장된 이 건물은 종교 공간이면서 도시 사람들의 매장 장소였다. 바닥에는 이곳에 묻힌 이들의 묘비가 남아 있으며, 지금도 일요일 아침에는 개신교 예배가 열린다.
 
예배와 매장의 역사가 함께 남아 있는 이 공간은 신체의 취약함과 소멸을 탐구해온 이미래의 작업과 맞닿는다. 이번 전시에서 교회의 건축과 묘비는 기계의 움직임을 삶과 죽음의 문제로 읽게 하는 구체적인 맥락이 된다.


Interior view of Oude Kerk. / Photo: G.J. van Rooij.

기계의 움직임에서 신체의 감각으로
 
이번에는 아우데 케르크 내부에 길이 7m의 콘크리트 믹서가 설치될 예정이다. 일부가 절개된 강철 몸체를 통해 나선형 내부 구조가 드러나고, 회전하는 장치와 연결된 긴 플라스틱 튜브에는 붉은 금빛 액체가 순환하도록 구성된다. 엔진과 윤활유의 소리와 냄새도 전시 공간에 더해질 예정이다.
 
관객은 장치의 형태와 함께 회전하는 몸체, 액체의 흐름, 그 과정에서 남는 흔적을 살펴보게 된다. 노출된 나선형 구조는 갈비뼈를, 관을 따라 액체를 이동시키는 장치는 혈액의 순환이나 장기의 활동을 연상시킨다. 이미래는 산업용 장치의 구조와 움직임을 통해 기계에서 살아 있는 몸의 감각을 이끌어낸다.
 
이 작업에서는 소리와 냄새도 중요하다. 관객은 장치가 움직이고 액체가 흐르는 환경 안으로 들어간다. 기계의 작동이 시각뿐 아니라 청각과 후각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조각을 감상하는 경험은 공간 전체를 몸으로 느끼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테이트 모던의 《Open Wound》 (2024) 설치장면 / 사진: Tate Modern

건축의 역사와 만나는 기계와 신체
 
이미래는 테이트 모던의 《Open Wound》(2024)에서 발전소였던 건물의 터빈홀에 회전하는 장치와 액체, ‘피부’라고 부르는 직물 조각을 설치했다. 직물이 액체에 젖고 건조된 뒤 천장에 매달리는 과정은 공장의 생산 공정과 몸의 생성 과정을 함께 떠올리게 했다.
 
빈 제체시온의 《The Heart of My Machine is Golden Lead》(2026)에서는 기계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벽과 바닥에 흔적을 남기면서 전시 공간 자체가 작업의 일부가 됐다. 아우데 케르크에서는 이 설치의 일부 요소가 예배와 매장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 안에서 새롭게 구성된다.
 
세 전시를 연결해 보면, 이미래가 기계와 물질을 이용한 조각을 장소의 특성에 따라 발전시키며 관객의 경험을 확장해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Vomit My Blessing》은 이미래가 기계와 물질을 통해 탐구해온 신체의 문제를 삶과 죽음의 역사가 축적된 장소로 확장한다. 빈에서 선보인 설치의 일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이번 전시는, 조각의 의미가 재료와 형태뿐 아니라 그것이 놓이는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래의 작업은 아우데 케르크의 오랜 역사를 몸으로 느끼는 경험으로 연결하며, 역사적 건축이 동시대미술을 통해 오늘의 삶과 만나는 방식을 제시한다.


Mire Lee at Oude Kerk. Photo: Natascha Libbert.

작가 소개
 
이미래(Mire Lee, 1988년생)는 서울에서 태어나 조각과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모터, 펌프, 산업용 재료와 유동하는 물질을 결합해 신체의 취약함과 욕망, 변화와 소멸을 탐구해왔다.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으며, 뉴욕 뉴뮤지엄 개인전(2023), 테이트 모던 터빈홀 현대 커미션(2024), 빈 제체시온 개인전(2026)을 선보였다.
 
 
 
전시 정보
 
전시명: 이미래 《Vomit My Blessing》
기간: 2026년 11월 13일–2027년 3월 7일
장소: 아우데 케르크(Oude Kerk),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기획: 마리에트 될러(Mariette Dölle), 협력 빈센트 판 펠선(Vincent van Velsen)
웹사이트: 아우데 케르크 공식 전시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