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래 작가의 작품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외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눈을 뗄 수 없는 힘을 갖는다. 그의 작품은 마치 철봉에 동물의 내장을 걸어 놓은 듯 축축한 점액질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하기도 하며, 황량하게 뼈만 남은 고래의 배 속처럼 철골에 찢어진 천이 걸린 건설 현장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이미래 작가의 작품은 지난해 베니스로 건너가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꿈의 우유”전에 설치되기도 했고, 2022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전의 영도 전시장에 대형 설치물로 선보여지기도 했다. 올해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으로 향할 계획이다.
The New Museum in New York City in April 2015.
뉴욕 소호 부근 바우어리 지역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뉴뮤지엄은 올 6월 29일부터 9월 17일까지 이미래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미래 작가가 미주 지역에서 선보이는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미술관 4층 갤러리의 건축적 환경에 호응하는 장소 특정적 키네틱 조각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미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유기체와 기계, 삶의 유한성이 갖는 공포와 아름다움, 강인함과 연약함과 같이 양단에 있는 대상들의 공존에 대해서 뒤돌아보게 한다. 그는 시멘트, 레진, 쇠막대, PVC호스 등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법한 재료에 모터나 펌핑 시스템을 달아 글리세린, 실리콘, 기름 등을 더해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나 생체 기능이 달린 기계처럼 작동하는 작업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때로는 영상 작업을 함께 제시하기도 하고 텍스트를 활용한 조각 작업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는 감각적이면서도 긴장감을 일으키는 작업을 다양하게 해왔다.
이미래 작가의 작품에서 공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시 공간 속에 놓인 차갑고 메마른 사물과 추상적이면서도 본능적인 동물적 형태를 함께 놓음으로써 촉각성을 강조하며 어떠한 양극단의 감정이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2022부산비엔날레에 설치되었던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2022)는 과거 폐공장의 골조를 작품의 한 요소로 흡수한 경우이다. 영도 조선소의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그의 대형 설치 작품은 철골조에 구멍 난 공사 가림막이 달려 있어 영도에 부는 바람에 따라 나부낀다.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헤진 작품은 그 모습 그대로 전시되었다. 그의 작품은 영도를 둘러싼 자연의 조건과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조선 산업 그리고 노동 환경을 반영했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하위 주체로 여겨지는 존재들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부장 사회에서 비하된 여성의 모습이 메두사나 마녀처럼 괴물로 비춰지기도 하듯 이미래 작가의 작업은 반사회적이거나 비정상적이거나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존재들에게 우리 사회가 투사하는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되려 작품으로 비추기도 한다.
이미래(b. 1988)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조각과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으며 현재는 서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티나킴 갤러리(뉴욕, 2022),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프랑크푸르트, 2022), 헤이그 미술관(헤이그, 2022)와 아트선재센터(서울, 2022)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미래 작가의 작품은 미국 아트 뉴스, 아트인아메리카, 아트시, 오큘라, 아트아시아퍼시픽 등 다수의 해외 유수 미술 전문 매체에서 소개되기도 했으며, 런던의 미술 전문지인 프리즈는 그와의 인터뷰를 자세하게 다루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크라우스 패밀리 시니어 큐레이터인 게리 캐리온-무라야리(Gary Carrion-Murayari)와 큐레이터 어시스턴트인 매들린 와이스버그(Madeline Weisburg)가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