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NOW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에 참가한 그린란드 출신으로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작가 제시 클리먼(Jessie Kleemann)과 특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에 선보인 〈Kamiit Walking〉(2026)은 가족에게 물려받은 카미트(kamiit, 그린란드 이누이트의 전통 물범 가죽 장화)를 3D 프린트로 복제한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이 신발을 통해 여성 선조들의 노동과 문화적 기억을 돌아보고, 오늘날 그 유산을 어떻게 이어 갈지 묻는다.


제시 클리먼, 《Kamiit Walking》,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희경루 설치 전경. 제공: 작가 및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1. 이번 광주 전시를 통해 관객과 나누고 싶은 핵심 질문은 무엇인가요?
 
《Kamiit Walking》은 가족에게 물려받은 부츠에서 출발합니다. 관객은 그 신발을 신었던 몸과 그 안에 담긴 삶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시나요?

 
우리가 물려받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사물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켤레의 카미트(kamiit)를 물려받을 때, 그 안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역사를 물려받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이누이트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들여다보도록 초대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 선조들이 그랬듯 길을 걷고, 그 일을 이어갑니다. 이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그 일을 하는 것이지요. 저는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서 일하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까지도요.
 
 
 
2. 예술적 선택에는 ‘물려받는 것’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요?
 
물려받은 부츠를 작품으로 바꾸고 새로운 장소에 놓으면서, 무엇을 이어 가고 무엇을 바꿀지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설치에서 중요하게 내린 선택 한 가지와, 그 선택이 유산을 바라보는 생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말씀해 주세요.

 
옷 한 벌이나 그 일부처럼, 특정한 형태로 이어져 온 것을 그대로 재현할 때 우리는 기대되는 방식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업을 하면서 그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집안 여성 어른들의 노동, 특히 어머니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또한 우리 칼라알리트 이누이트(Kalaallit Inuit) 여성들이 식민 지배의 시대를 거쳐 탈식민의 시대로 나아가며 여러 가지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도 생각했습니다.
 
저는 카미트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제 세대의 많은 사람들처럼 저 역시 다른 분야에서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전통 예복처럼 우리 문화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상징들을 물려받았습니다. 덴마크어로는 이를 ‘민족의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여전히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을 때, 그것이 우리 삶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해야 할지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려받은 카미트 한 켤레를 3D 프린트로 복제하고, 커피를 흙처럼 깔아 만든 길 위에 놓기로 했습니다. 이는 작고한 작가 피아 아르케(Pia Arke)의 작품 〈Soil for Scoresbysund〉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시각적 작업을 설치 형식으로 구현하면서, 저는 유산을 더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고, 기억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퍼포먼스 작가로서 저는 제 문화와 연결된 사물들을 여러 차례 사용해 왔습니다. 그 과정은 언제나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일과도 같습니다. 내가 내 문화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지금도 살아 있는 구체적인 무엇일까요, 아니면 그 상징들일까요?


제시 클리먼, 《Kamiit Walking》,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희경루 설치 전경. 제공: 작가 및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 Jaeseo Lee

3. 그린란드를 향한 최근의 국제적 관심은 작가님의 작업이 이해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국제사회가 한 장소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곳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경험하는 방식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Kamiit Walking》을 광주에서 선보이며, 현재의 뉴스 너머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커져 왔습니다. 누군가 생각하는 것처럼 최근에만 생겨난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압박을 받아 왔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제 작업은 그저 ‘제 작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저는 그린란드 출신의 칼라알레크(Kalaaleq)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누군가를 대신해 발언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여러 해에 걸쳐 두 식민 지배 세력과의 문제적인 관계를 이야기하고, 작업에서 다루어 왔습니다. 해외에서 일하고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질문들도 있었고요. 그동안 비슷한 생각과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문화적 이주에 관해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특히 여성들은 편견과 타자화에 노출됩니다. 물론 이는 여성뿐 아니라 칼라알리트 이누이트 전반이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함께 나누며 서로 연결되고, 소속감을 만들어 갑니다.
 
 
 
4. 이 설치작업에는 몸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나요?
 
퍼포먼스에서는 작가님의 몸이 관객과 직접 마주합니다. 반면 이번 설치에서는 부츠와 길이 보이지 않는 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설치작업과 개막 퍼포먼스를 함께 생각할 때, 이렇게 서로 다른 몸의 존재 방식은 기억과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탐구하는 데 어떤 가능성을 열어 주나요?

 
하나의 몸 안에는 수많은 몸이 있습니다. 혹은 몸을 지탱하는 기억들이 수없이 늘어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누이트에는 “모든 것에는 영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살아 있는 영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퍼포먼스는 흔히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아주 여러 번 반복될 수도 있고, 아무도 다시 다루거나 이야기하지 않은 채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퍼포먼스가 어디로 나아갈지는 퍼포먼스 자체가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결정한 것은 그 안에 들어가 그것을 나누겠다는 것뿐입니다. 그다음부터는 자유로워지는 것이지요.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참여자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관객’이라고 부르겠지만, 퍼포먼스를 보러 온다는 것은 사실 그 안에 참여한다는 뜻 아닐까요? 저는 바로 거기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점에 깊이 감사합니다.


제시 클리먼, 《Kamiit Walking》,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희경루 설치 전경. 제공: 작가 및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 Jaeseo Lee

5. 비엔날레 주제인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작가님의 작업과 어디에서 만나나요?
 
오랫동안 몸과 기억, 정체성을 다루어 오셨습니다. 작가님에게 자신의 삶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광주 전시는 이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나요?

 
저는 무언가를 다르게 해 보려고 노력하고,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도전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아주 잘 맞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퍼포먼스 〈Kamiit Walking: Crossing the River〉는 ‘강을 건넌다’는 행위를 통해 삶과 죽음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그 주제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2013년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고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는 지금도 살아 계시고, 올해 아흔세 살이 되셨습니다. 변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어느 시점에는 그 변화를 맞을 준비도 해야 합니다.
 
저는 ‘영혼이여, 스스로를 아름답게 하라(Soul Beautify Thyself)’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시와 찬트(chant)의 형태로 그에 응답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래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제 작업에서는 아주 큰 변화입니다.


제시 클리먼, 《Kamiit Walking》,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희경루 설치 전경. 제공: 작가 및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 Jaeseo Lee

큐레이터 에이미 E. 스미스의 보완 설명:
 
클리먼은 희경루에서 신작 〈Kamiit Walking: Crossing the River〉를 촬영했습니다. 사회적 변화를 위해 애쓰고 싸웠던 선조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죽음과 문화적 기억의 힘에 대한 명상입니다.
 
 
 
6. 광주에서 작품이나 관객과 마주했던 순간 가운데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광주에서의 구체적인 만남을 말씀해 주세요. 그 경험을 통해 오늘날 예술가들이 함께 나누는 질문이나, 서로 다른 장소의 경험이 만나는 방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대만관입니다. 흥미롭고 인상적인 예술 프로젝트와 작품, 영상 설치가 많았습니다.
 
캐나다관에서 본 셸리 니로(Shelley Niro)의 〈The Shirt〉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티셔츠 한 장뿐”이라는 말이요.
 
 
 
큐레이터의 글
 
루이세 비엘드바크 헨릭센 · 에이미 E. 스미스

 
제시의 예술적 실천은 광주와 매우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그의 작업은 처음부터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국가의 주권을 둘러싼 문제에 정치적으로 관여해 왔습니다. 퍼포머이자 시인, 시각예술가인 그의 언어는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갑니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오늘날 가장 시급한 문제들을 다루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인다는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을 이어 가기에 적합한 작가입니다. 〈Kamiit Walking〉(2026)은 파빌리온을 준비하며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 기후위기와 전시장인 희경루에 대한 응답으로 탄생했습니다.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Kalaallit Illuutaat Pavilion)은 〈Kamiit Walking〉 (2026)을 통해 식민성과 그것이 오늘날 개인과 공동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이 파빌리온의 기획은 실험적이며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온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에서 출발하며, 올해의 주제인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꿔야 한다”를 확장합니다.
 
광주비엔날레와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은 많은 사람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제안합니다. 제시 클리먼의 설치와 퍼포먼스는 전통의 지혜를 세대 너머로 전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실현해 나가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작가 및 큐레이터 소개


제시 클리먼, 《Running Time》 스틸. 제공: 작가. © Christian Brems

제시 클리먼
 
제시 클리먼(Jessie Kleemann, 1959년 칼라알리트 누나트 우페르나비크 출생)은 영상, 퍼포먼스, 회화, 조각을 오가며 활동한다. 40여 년간 땅과 정체성, 몸과 언어, 기억,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국가의 주권을 탐구해 왔다. 칼라알리트 이누이트의 문화적 실천과 첨단 기술을 결합하며 전통과 역사를 현재에도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도구로 다룬다. 칼라알리수트어와 덴마크어, 영어를 넘나들고, 자신의 몸과 커피, 구슬, 동물성 지방 등을 통해 이누이트 정체성의 형성을 질문한다. 식민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인간을 넘어 땅과 기후로 확장된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칼라알리트 일루타트 파빌리온 큐레이터 루이세 비엘드바크 헨릭센과 에이미 E. 스미스. © Jaeseo Lee

루이세 비엘드바크 헨릭센
 
루이세 비엘드바크 헨릭센(Louise Bjeldbak Henriksen, 1990년 덴마크 출생)은 네덜란드 헤이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다. 미술사와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사회참여적 실천과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관점에 주목한다. 아로스 오르후스 미술관, 올보르 현대미술관 쿤스텐, 헤이그 미술관, 베일던 안 제이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기획했다.
 
 
 
에이미 E. 스미스
 
에이미 E. 스미스(Amy E. Smith, 1983년 미국 출생)는 콜로라도주 덴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에서 독립 큐레이터이자 크레이지 멀티플라이 아트 콜렉티브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옥션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애덤스 카운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작가들과 협력해 장소와 공동체의 특성에 맞는 설치 및 전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