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 2024, Aluminum venetian blinds, powder-coated aluminum hanging structure, steel wire rope, moving spotlights, DMX controller, speakers, and tripods, with sound, 400 x 530 x 1,274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Mark Blower. ©국제갤러리

지난 3월 10일, 현대미술가 양혜규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이하 MOCA),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Los Angeles Philharmonic’(이하 LA 필하모닉)과 함께 협업 프로그램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를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그랜드 애비뉴 문화 지구(Grand Avenue Cultural District)를 대표하는 두 기관의 협업으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으로, 작곡가 故 윤이상(1917–1995)의 음악 작품 「오보에, 하프와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중 협주곡(Double Concerto for Oboe, Harp, and Small Orchestra)」(1977, 이하 「이중 협주곡」)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음악과 현대미술이라는 두 장르의 만남인 동시에 윤이상의 작업세계와 유산에 현대미술가와 음악가가 보내는 헌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혜규,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세부 이미지), 2024, 《양혜규: 윤년》 전시전경 (네덜란드 쿤스트할 로테르담, 2025), 사진: Marco De Swart. Courtesy of the artist ©국제갤러리

우선 미술관 본관인 ‘MOCA 그랜드 애비뉴MOCA Grand Avenue’에서 양혜규 작가의 대규모 블라인드 설치작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2024)를 공개하였다.
 
북미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본 작품은 지난 2024년 10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의 대규모 서베이전 《양혜규: 윤년》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낸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 「이중 협주곡」에서 영감을 받았다.


(좌) 양혜규 작가. 사진: Kyungmok Seok ©국제갤러리 / (우) 故 윤이상 작곡가 ©통영국제음악재단

일반적인 협주곡은 하나의 독주 악기가 이끌어가는 반면 「이중 협주곡」은 제목이 암시하듯 오보에와 하프가 선율을 주고받으며 연주를 구성하는데, 작가는 이에 맞춰 두 개의 조명이 기하학적 구조물 사이를 부유하도록 안무를 구성했다. 한국의 설화인 ‘견우와 직녀’를 모티브로 삼은 협주곡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은유하며 이별의 애틋함, 더 나아가 만남과 화합을 다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작품 역시 각기 다른 색상과 구조적 형태를 가진 베네치안 블라인드가 여러 층위를 구성하면서 마치 반쪽뿐인 오작교처럼 상승하는 사선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윤이상의 음악에서처럼 헤어진 연인, 분단된 한반도, 그리고 유럽을 음악적 기반으로 삼았던 윤이상의 삶과 한국적 뿌리 사이에 놓인 비대칭적인 유산을 동시에 환기시킨다.


이얼 지휘자. 사진: Lim Hak Hyun. ©국제갤러리

전시 관람 이후 관객들은 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로 이동하여 윤이상의 음악을 직접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은 한국계 캐나다인 지휘자 이얼(Earl Lee)의 지휘 아래 진행되며, LA 필하모닉 수석 오보이스트 라이언 로버츠(Ryan Roberts) 및 수석 하피스트 엠마누엘 세이송(Emmanuel Ceysson),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협연하였다.
 
양혜규 작가는 전시와 공연이 협업하는 《엇갈린 랑데부》 프로젝트에 관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가 참 소란스럽잖아요. 전쟁도, 분쟁도, 공포도 많고…. 제 작업이 '음과 양', '흑과 백' 이렇게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멀리서 보자면 '피스 콘서트'(Peace Concert)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양혜규의 개인전 《엇갈린 랑데부》는 2026년 8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