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POLYGON PILGRIMS》 ©WWNN
WWNN은 박재훈 작가의 개인전
《폴리곤의 순례자들 (POLYGON PILGRIMS)》을 2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 《폴리곤의 순례자들》은 점군(point cloud)과 폴리곤(polygon), 픽셀과 복셀, 벡터와 좌표로 구성된 이 새로운 우주 속에서, 방향을 상실한 채
이동하는 동시대 주체의 모습을 탐구하는 전시이다.
박재훈의
작업에서 공간은 무한히 연결된 격자의 형태로 출현한다. 그러나 점들의 집합이 폴리곤이라는 구조를 획득하는
순간, 공간은 즉각 내부와 외부를 생산하며 단절을 제도화한다. 이
연결은 연속성을 보장하기보다 분절을 가속화하고, 상실과 소외의 감각을 구조적으로 내재한다.
이때
순례자는 길을 잃은 존재라기보다, 애초에 '길'이라는 개념이 허락되지 않은 세계에 진입한 주체로 위치 지어진다.

Installation view of 《POLYGON PILGRIMS》 ©WWNN
이
전시의 중심에는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절대좌표계의 원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항상 중심에 존재하지만, 경험적으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이 지점은 사건의 지평선처럼 인식의 경계 너머에 놓여 있다.
폴리곤의
순례자들은 이 원점을 향해 이동하지만, 그 여정은 도달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벡터의 공간에서 운동은 진보의 서사가 아니라, 욕망이라는 추진체에
의해 지속되는 끝없는 지연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Installation view of 《POLYGON PILGRIMS》 ©WWNN
박재훈은
이러한 가상공간을 순례의 장으로 설정한다.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손 대신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간을 구축하고, 기울어진 화살표의 미세한 떨림으로 폴리곤의 형상들을 호출한다.
내부를
갖지 않은 건축, 기억을 상실한 기계의 형상을 한 이 조각들은 복셀의 층위 속에 저장되고, 복제되며, 다른 버전으로 끊임없이 분기된다. 완결을 향하지 않는 이 조형들은 하나의 삶이 단일한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는 동시대적 존재 조건을 반영한다.

Installation view of 《POLYGON PILGRIMS》 ©WWNN
《폴리곤의 순례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시각적 재현을 넘어, 가상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 존재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전시이다.
박재훈은
좌표와 격자, 데이터와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서 오늘날의 순례자—도달할 수 없는 중심을 향해 이동하면서도 그 여정 속에서만 존재를 감각하는 주체—의 초상을 제시한다. 이 전시는 완성이나 도착이 아닌, 끊임없는 이동과 지연 속에서 형성되는 동시대적 삶의 형식을 조용히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