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Curtain》 ©NOON CONTEMPORARY

눈 컨템포러리는 이현우 작가의 개인전 《커튼》을 7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이현우의 회화는 사물의 전체를 담고 있지 않는다. 화면 속에 놓인 형상은 대체로 명확하지 않고, 선명한 서사를 갖지도 않는다. 어떤 대상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단순화되거나, 잘려 나가 있다.

대신 그 자리를 감싸는 것은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붓질, 연결된 색면, 화면의 질감 위에 남겨진 리듬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알아맞히게 하기 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기운과 빛의 온도에 먼저 반응하게 만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Curtain》 ©NOON CONTEMPORARY

작가는 도시의 표면에서 하나의 장면을 떼어내고, 그 표면 위를 스치는 시간과 감정을 회화로 다시 짜낸다. 캔버스 위의 마른 붓질은 마치 천을 엮는 일처럼, 한 올 한 올 겹쳐가며 이뤄진다. 화면은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감각의 결을 지닌 섬세한 직물처럼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커튼(Curtain)”은 이현우가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 전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커튼은 사물을 가리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빛을 여과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감각적인 필터이다. 작가 역시 대상 전체를 보여주기보다는, 그 위에 드리운 조용한 흐름—빛, 그림자, 감정의 여운—을 화면에 옮겼다.

Installation view of 《Curtain》 ©NOON CONTEMPORARY

이현우의 회화는 이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대신 아주 사소한 순간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그 곁에 오래 머물게 한다. 그 정직하고 조심스러운 시선은 화면을 통해 천천히 드러난다. 그 결과 우리는 이현우의 회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감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전시 《커튼》은 그렇게 펼쳐졌다. 빛이 머물다 간 자리, 그림자가 닿은 흔적, 그 경계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결. 이 조용한 풍경들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잠시 멈추고, 그 안의 리듬을 따라가 보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