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에서
출발한 “언박싱 프로젝트(UNBOXING PROJECT, UBP)”는
“작은 스케일”을 전제로 각 에디션마다 하나의 주제를 던지고, 세대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한국 작가들에게 응축된 형식의 신작을 커미션해 왔다.
장치와 스펙터클을 키우는 대신, 가까이 들여다보는 행위를 전시의 핵심으로 삼아온 큐레토리얼
실험이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2022년
첫 전시 《Today》에서 이미 분명해졌다. 거대담론보다
‘오늘’의 감각을, 웅대한
선언보다 개인의 태도를 꺼내 보이며 “작은 제스처가 관객의 인식 변화를 낳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후 UBP는 에디션마다
포맷을 바꿔가며 궤적을 넓혔다. 2023년 《Portable
Gallery》는 “이동하는 갤러리”라는 설정으로
소형 캔버스에 각 작가의 세계를 응축시키는 방법을 시험했고, 세대와 스펙트럼을 넓힌 라인업으로 서울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공개됐다.

2023년 《Portable Gallery》 전시모습/ 사진: 뉴스프링프로젝트
2024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Various Small Fires(VSF)에서 프로젝트 4번째 에디션을 선보이며 해외 전개를 본격화했다. “세대 간 28명의 작가가 하나의 프롬프트에 응답한다”는 프로젝트의 핵심 문법은
유지하되, 장소와 관객을 바꾸며 해석의 폭을 실험했다.

《더 언박싱 프로젝트》 전시 전경 ©VSF
올해 봄, 프로젝트는
베를린으로 건너갔다. 구(舊) 통신시설을 리노베이션한 KÖNIG TELEGRAPHENAMT(쾨니히
텔레그라픈암트)에서 열린 《MESSAGE》(2025.3.20–4.12)는 ‘전달’과 ‘통신’의 장소성을
전시의 어휘로 삼았다.
전시는 “메시지”라는 단일 주제 아래 20여 명의 작가 신작을 소형 포맷으로 집결시켜, 장소의 역사와 작품 포맷이 상호 반향을 일으키도록 구성했다. 공간의
맥락을 전시 구조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UBP의 핵심 전략이자, 해외
전개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대목이다.

베를린 쾨니히 텔레그라픈암트에서 열린 《UNBOXING PROJECT: Message》의 전시 전경. / 사진: 최다함

베를린 쾨니히 텔레그라픈암트에서 열린 《UNBOXING PROJECT: Message》의 전시 전경. / 사진: 최다함
베를린의 통신 건물에서 “메시지”를 실험하는 방식은, 장소와 주제가 만나는 접점에서 관객의 참여를
촉발한다. 해외 에디션을 통해 프로젝트는 “한국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을 소형 포맷으로 번역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국제적 맥락 속에 배치했다.

노한솔, 2025, ink and spray paint on mulberry paper, 41 x 32 cm (each) diptych, 43.5(h) x 33.5 x 10 cm (box)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여섯 번째 전시 《읽기(Reading)》가
서울 한남동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개막한다.

박민준, 2025, watercolor, gouache, acrylic on paper (PVA, ph7 tape), 41 x 32 cm (each) diptych, 43.5(h) x 33.5 x 10.5 cm (box)
이번 주제는 “문자”다. 회화사에서 문자와 이미지는 오래된 긴장 관계를 이뤄 왔다. 텍스트가 이미지를 옭아매거나, 반대로 이미지를 해방시키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신민, 2025, pencil, glue, paper, tape on canvas and plaster, 41 x 32 cm (each) diptych, 16(h) x 11 x 9 cm (sculpture), 43.5(h) x 33.5 x 10 cm (box)
하지만 이번 전시는 “읽기”를 활자 해독의 차원에 한정하지 않고, 이미지의 문법과 관객의 해석
행위까지 확장한다. 형식적으로는 두 장의 캔버스를 경첩으로 잇는 딥틱(diptych)
구조를 채택해, 작품을 실제로 “펴고(READ) 닫는” 행위를 유도한다.

한선우, 2025, oil on linen, 41 x 32 cm (each) diptych, 43.5(h) x 33.5 x 10 cm (box)
물리적 열림과 닫힘이 시각적 독해의 리듬을 만들고, 문장과 이미지 사이의 왕복을 전시장 안에서 체화시키는 셈이다. 세대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21인의 커미션 신작이 이 구조 안에서 제시된다.
관람 포인트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경첩으로 만든 딥틱(dyptich)이다. 책처럼 펼쳐지는 오브제적 회화. ‘읽기’의 행위를 전시장 안에서 실행한다.
두번째로 문자/이미지의
경계이다. 텍스트가 설명이 아닌 재료일 때 생기는 의미의 잉여. 이번
전시는 그 과잉을 체험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일관성 있게 지속되어 온 에디션 누적성이다. 작은 포맷에 사유를 담아온 전 에디션의 문법이 ‘독해의 장치’로 재배열된다.
전시안내
• 장소: 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 용산구 한남동
• 기간: 2025년 10월 23일–11월 23일
• 주최/기획 관련 소식 및 참여 작가 라인업은 UBP·뉴스프링프로젝트 공식 채널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