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크갤러리는 6월 28일까지 이피, 정정엽 2인전 《숨어서 숨쉬는 작가 연합》전을 개최한다.
이피와
정정엽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몸의 작용과 '그리기'란 행위 사이에서 일어나는 차원의 전도와 교환을 보여주는 이피의 신작 페인팅과 드로잉, 먹는 곡식이자 생명을 담고 있는 씨앗에서 여성노동을 발견하는 정정엽의 신작 페인팅을 선보인다.

정정엽(b. 1962)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소재들을 관찰하고 그린다. 살림살이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미세한 콩이나 팥이 무수히 모여 이루어 낸 초현실적인 화면은 압도적인 힘을
지닌다. 그림 속 작은 씨앗들은 와글와글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흩어지면 이야기가 흩어지듯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피(b. 1981)는 지난 겨울 참여했던 중국 상하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느끼고 겪었던 일들을 이번 전시작품으로
발전시켰다. 드로잉을 통해 무한히 자라나는
상상의 세계는 그대로 회화로 이어지고, 신비한 이야기는 자신의 신체와 연결되어 화면에 펼쳐진다. 작가는 우연히 마주하는 감정이나 현상을 순간 포착해서 수많은 연결고리로 엮어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오가는 한편의
상상동화를 창작해내는 듯하다.
20년의
차이를 두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피와 정정엽은 각자의 표현언어로 쉼없이 작업한다. 드로잉 하듯
그려 나가는 그들의 세상은 다른 세상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숨쉬며 모두의 세상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자신 안에 모든 상반된 것들을 품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