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전경 / 사진:창조건축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와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나코테카 미술관이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Hyundai Translocal Series)’의 첫 공식 협업으로 국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5월 31일,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렸으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초문화적 대화’를 시도했던 백남준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상파울루 주립 피나코테카 미술관 모습 / (건축) 파울루 멘데스 다 호샤 + 에두아르두 코로넬리 + 웰리통 히코이 토히스 / © 넬손 콘

이번 협업은 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 발표한 글로벌 아트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두 미술기관이 3개년 큐레토리얼 교류를 통해 초지역적 예술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럼 이후 양 기관은 리서치 트립을 거쳐, 오는 2026년 11월 경기도 용인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공동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남준의 유산: 비디오아트와 초문화적 대화》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백남준이 197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맺은 브라질과의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20세기 위성 예술에서부터 동시대 미술로 이어지는 포럼은, 언어와 음악, 방송과 현대미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문화 간 이동과 접속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부에서는 임두빈 교수(부산외국어대학교)가 언어의 이동을, 음악가 나희경이 경계를 넘는 브라질리언 사운드를, 이태웅 KBS 프로듀서가 한국 공영방송이 중개한 브라질-한국 간 문화 접점을 각각 발표했다. 2부에서는 손부경 연구자(빙햄턴 뉴욕주립대학교), 안나 마리아 마이아 수석 큐레이터와 안나 파울라 로페즈 어시스턴트 큐레이터(피나코테카 미술관), 그리고 브라질 시각예술가 비아리츠(biarritzzz)가 참여해, 백남준의 유산과 오늘날 브라질 현대미술의 연결 가능성을 조명했다.

이번 포럼은 향후 공동 전시로 이어질 글로벌 협업의 서막이다. 전시 참여 작가로는 비아리츠를 비롯해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비비안 카쿠리(Vivian Caccuri) 등 네 명이 확정됐으며, 이들은 ‘언어를 넘어서는 언어’로서의 창작을 주제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왼쪽부터 비아리츠(biarritzzz),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비비안 카쿠리(Vivian Caccuri) / 사진 : 경기문화재단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포럼은 백남준이 말한 ‘글로벌 소울(Global Soul)’을 실천하는 협업이자, 문화 간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실험하는 장”이라며 “지역을 넘어, 지구적 관점에서 현대미술의 협력 방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백남준아트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포럼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포럼과 전시, 장기적 교류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이번 시도는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예술계와 깊이 있는 연결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