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Chromatic Verticals – Line of Flight》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사비나미술관은 권기수 작가의 개인전 《색죽色竹 - 비선飛線》을 12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동양화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대나무와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디지털시대의 색채와 구조, 참여형 설치 개념을 결합한 실험적 프로젝트이다. 작가는 전통적으로 수묵과 일필휘지의 필획으로 표현되던 대나무 회화의 관념을 전복하고 ‘색으로 된 대나무’라는 새로운 개념, 즉 색죽(色竹, Chromatic Verticals)을 제시한다.


Installation view of 《Chromatic Verticals – Line of Flight》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여기서 대나무는 먹선으로 그려지는 평면 회화의 대상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색면화된 구조물로 재탄생한다. 이는 형식적 변주를 넘어, 전통에 내재된 정신성과 구조를 재조명하고 회화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시도이다.

오방색의 철학에서 출발해 작가의 수작업으로 조합된 500여 종의 컬러는 디지털 밑그림과 손의 감각이 결합된 방식으로 설계되며 이는 동양화의 정신적 전통을 해체하고 동시에 계승하는 과감한 미학적 시도다.

이 과정에서 전통 서화의 핵심이었던 일필휘지의 필획은 해체되고 대신 디지털 언어의 특성인 모듈화(Modularity)와 정확성(Precision)을 갖춘 색면 디자인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감성의 붓놀림은 기호적 구조로 변형되며, 전통회화는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조형 언어로 발전한다.


Installation view of 《Chromatic Verticals – Line of Flight》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색죽 프로젝트는 전통회화가 지닌 철학과 미학을 인공지능 시대에 재구성 가능한 예술 언어로 확장한다. 수묵화의 흑백 정신을 색채와 구조로 변형하고 디지털적 조형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동양화는 여전히 살아 있는 예술의 본질임을 입증한다.

이렇듯 《색죽, 비선》은 전통과 현대, 감성과 기호, 평면과 공간, 수묵과 디지털, 인간성과 기계성, 참여와 명상이 교차하는 복합적 조형 실험이다. 본 전시는 회화의 개념을 색채와 구조, 공간과 감각, 참여와 철학의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21세기 한국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