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EVE》 ©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이영빈 작가의 개인전 《EVE》를 10월 17일까지 개최한다.

한 해가 다음 해로 건너가는 문턱, 12월 31일 23시 55분부터 1월 1일 0시 5분까지, 이영빈은 13년간 이 짧은 10분의 소리를 수집해 왔다.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이방으로서 살아온 작가는 타자를 향한 그리움과 호기심이 겹친 자리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해마다 같은 시간에 도착하는 순간을 모아 듣고 또 들으며 타인의 삶을 떠올려 왔다.

《EVE》는 그렇게 수집된 소리들과, 그 소리들을 반복해 들으며 상상된 장면으로서 드로잉이 모여 지어진 시공간이다. 이곳의 시간성은 서로 다른 순간에서 불러들여진 소리들이 만들어내고, 공간은 그러한 소리로부터 펼쳐진 장면들로서 드로잉이 세워낸 문과 벽, 창과 틈으로 형태를 갖추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EVE》 © CR Collective

한 해가 기울어가는 시점에서 낮은 해상도의 소리와 아직 형태를 갖추지 않은 장면들로 임시 구축된 이곳,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소리와 풍경을 듣고 마주하게 될까?

낱낱이 분해될 수도, 하나의 온전한 의미로 수렴될 수도 없는 혼합된 상태로 존재하는 소리들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도착할 소리 안으로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소리의 첫 번째 청취자였던 작가가 완결된 이미지가 아닌 끊임없이 분기하는 형상으로 드로잉했듯, 우리에게도 여러 갈래의 삶의 모습이 소리를 넘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이번 전시는 소리가 스스로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을 열어두는 호스트(Gastgeber)의 마음으로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