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Plural》 © DOOSAN Gallery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는 제15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정여름의 개인전 《복수(The Plural)》를 10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동명의 신작 영상을 중심으로 한국과 베트남, 러시아를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까지 동아시아의 냉전 역사를 종횡하며 특정할 수 없는 힘의 논리와 그 안에서 역동하는 개인을 살핀다.

정여름은 장소에 관한 오랜 응시와 리서치를 통해 그 배면에 놓인 시간의 단층을 분해해 왔다. 그의 응시는 보는 법에 관한 끈기 있는 탐구다.

전작에서 시각 장치와 전쟁 기술을 이용해 직접 가거나 볼 수 없는 곳을 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온 정여름은, 최근 몇 년간 역사화된 장소의 기록과 현재의 풍경을 비교·대조하며 망각된 기억과 불협하는 시공간을 포착하고자 했다. 그는 공적 아카이브와 사적 기억, 사변적 상상력을 교차시키며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흔적을 하나의 서사에 겹쳐 놓는다.


Installation view of 《The Plural》 © DOOSAN Gallery

신작 〈복수〉(2026)는 한 인물의 자서전을 발견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영상은 다큐멘터리의 문법 안에서 자서전에 담긴 한 인물의 궤적을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여름은 내레이터의 입을 빌어 역사적 파장과 그가 내린 특정한 선택들이 교차하는 순간을 발췌한다.

화면에는 그 사건이 담긴 여러 푸티지와 현재의 장소가 이어지는데, 질감도 비율도 모두 상이한 장면들은 덜컥거리는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 사이로 같은 시간을 통과한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인다. 시선이 멀어질수록 한 개인은 점차 소거되고, 그 자리에 이름도 얼굴도 특정할 수 없는 존재들이 남는다.


Installation view of 《The Plural》 © DOOSAN Gallery

영상 안에 덩어리가 되어버린 개인이 있다면, 바깥에는 돌아갈 곳을 잃은 개인들이 있다. 텍스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설치 작업 〈양치기〉(2026)와 〈낮은 곳의 에이프런〉(2026)에는 목적을 상실했거나, 애초에 가진 적이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복수(複數)를 이루는 단수의 존재들이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곳곳을 서성인다. 이들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여름은 힘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이들과, 그 자리를 뚫고 나오려는 모든 개인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통해 어딘가를, 혹은 무언가를 가리키기를 시도한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 방향이 맞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