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부산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처음 개최되는 하이브 아트페어가 같은 기간 개막한다. 두 행사 모두 5월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4일까지 이어진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일정 충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동시 개최는 현재 한국 미술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에 가깝다. 이는 단순히 두 아트페어의 경쟁이 아니라, 한국 아트페어 시장 자체가 어떤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은 빠르게 아시아 미술시장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했다. 프리즈 서울 이후 국제 갤러리와 해외 컬렉터,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집중적으로 유입되었고, 서울은 홍콩 이후 아시아 시장의 핵심 허브 중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도 드러났다. 지나치게 서울에 집중된 구조, 반복되는 VIP 중심 운영, 대형 갤러리 위주의 시장 재편, 높아지는 아트페어 참가 비용, 그리고 비슷한 작가군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글로벌 아트페어 시스템의 피로감이다.
올해 아트부산과 하이브 아트페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로 이 문제들에 접근하고 있다.
 
 
 
Art Busan 2026

지역 기반 국제 아트페어는 서울 중심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가


아트부산 2025 행사장 전경 / 사진 : 아트부산

아트부산은 올해로 15회를 맞는다. 18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약 24%가 해외 갤러리다. 글래드스톤, 탕 컨템포러리, 화이트스톤 같은 해외 갤러리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조현화랑, 리안갤러리 등 국내 주요 갤러리들이 참가한다.
 
외형만 보면 아트부산은 안정적인 성장 궤도 위에 있다. 그러나 올해 아트부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규모보다 방향의 변화 때문이다. 올해 아트부산은 스스로를 단순한 지역 아트페어가 아니라 ‘글로컬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전략은 최근 아시아 미술시장의 변화와 연결된다.

과거 아시아 시장은 홍콩 중심 구조가 강했다면, 현재는 서울·도쿄·타이베이·자카르타·싱가포르 등이 다중 허브 형태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아트부산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이라는 도시를 단순한 지역 거점이 아니라 국제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전환하려 한다.


Art Busan 2025 VIP프리뷰 모습. / 사진 : 아트부산

실제로 아트부산은 도쿄 겐다이, 아트 자카르타, 아트 센트럴 홍콩, 아시아 나우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는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아트 타이베이와 공동 큐레이션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런던의 대안적 아트페어 마이너 어트랙션과 협업해 국내 갤러리의 해외 진출 플랫폼도 구축하려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이 단순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서울 중심 시장 구조에 대한 우회적 대응에 가깝다. 부산은 서울처럼 거대한 거래 인프라와 컬렉터 밀도를 가진 도시가 아니다. 따라서 아트부산은 서울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도시성과 네트워크 자체를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려 한다.


“동시대 미술의 교차로(Crossroads of Contemporary Art)”를 표방하며 두 아트페어 간 장기적 협업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 모습(2025). / 사진 : 아트부산




아트부산 2024 “CONVERSATIONS” 모습 / 사진 : 아트부산

올해 새롭게 도입된 LIGHTHAUS와 DEFINE 섹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갤러리 부스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전시 환경으로 재구성하고,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연결하며, 오프사이트 프로그램과 도시 연계를 통해 아트페어 경험 자체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국제 네트워크는 선언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VIP 컬렉터 구조, 실제 거래 규모, 해외 갤러리의 지속 참여, 지역 기반 컬렉터층의 성장, 기관 협업의 장기성 등이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이벤트 개최지를 넘어 국제 미술시장 안에서 지속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 단계에 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아트페어 시장은 단순한 도시 브랜딩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가”보다 “어떤 거래와 관계가 반복적으로 축적되는가”이다.
아트부산은 지금 지역 기반 국제 아트페어가 서울 중심 구조를 실제로 넘어설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가장 중요한 사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HIVE ART FAIR

기존 아트페어 운영 구조를 수정하려는 실험

 
반면 HIVE ART FAIR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등장했다.
 
하이브는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처음 개최되는 신규 아트페어이며, 가장 큰 특징은 ‘부스비 폐지’다. 이는 현재 글로벌 아트페어 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로 읽힌다.
 
오늘날 국제 아트페어는 점점 더 고비용 구조로 이동해 왔다. 참가 갤러리들은 높은 부스비와 운송비, 설치비, 인력 운영 비용을 감당해야 하며, 그 결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판매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작가와 검증된 작품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브 아트페어 기자회견 모습.
4월 26일 서울 수송동 서머셋팰리스서울에서 열린 하이브 아트페어 기자회견에서 김정연 대표(왼쪽)와 김동현 이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하이브는 바로 이 구조를 수정하려 한다. 부스비를 폐지하고, 갤러리의 큐레이션 능력과 콘텐츠 구성 자체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자신들을 단순 판매 중심 아트페어라기보다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기업 협업과 B2B 구조를 중요한 운영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이브 아트페어 부스 모습(예상) / 사진 : 하이브 아트페어

흥미로운 점은 하이브가 기존 아트페어의 상업적 문법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서울 중심적인 구조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서울은 이미 한국 미술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집중된 도시다. 컬렉터, 기관, 글로벌 브랜드, VIP 네트워크, 국제 갤러리 접근성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하이브는 이러한 구조적 이점을 기반으로 기존 시스템의 재설계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발생한다.
 
부스비 폐지는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 운영 비용은 어떤 방식으로 대체되는가. 기업 후원과 파트너십 중심 구조는 시장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큐레이션 중심 플랫폼은 실제 거래 구조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특히 글로벌 아트페어 시장에서 ‘실험적 구조’는 종종 초기 화제성 이후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아트페어는 판매 플랫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판매와 실험, 큐레이션과 시장, 네트워크와 수익 구조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는 하이브가 앞으로 증명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단계에서 하이브는 완성된 모델이라기보다, 기존 아트페어 시스템에 대한 하나의 문제제기에 가깝다.
 
 
 
두 아트페어가 드러내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재
 
흥미로운 점은 아트부산과 하이브가 서로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음에도 결국 같은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한국 미술시장은 여전히 서울 중심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아트부산은 이를 지역 기반 국제 네트워크 전략으로 우회하려 하고, 하이브는 서울 내부에서 새로운 운영 모델을 실험하려 한다.
 
둘째, 글로벌 아트페어 시스템 자체가 피로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참가 비용, 반복되는 VIP 구조, 비슷한 작가군의 순환, 이벤트 중심 과잉 경쟁은 이미 국제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셋째, 한국 미술시장은 이제 단순히 해외 시스템을 수입하는 단계를 넘어 자체적인 플랫폼 모델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요한 변화다. 프리즈 서울 이후 한국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동시에 “한국형 국제 아트페어 모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트부산은 도시 기반 네트워크형 플랫폼을 시험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는 기존 아트페어 경제 구조의 재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두 모델 모두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페어 모두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려 한다는 점이다.
 
결국 2026년 5월의 두 페어는 어느 페어가 더 많은 갤러리와 컬렉터를 모았는가가 아니라 한국 아트페어 시장 전체가 새로운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테스트에 가깝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서울 중심 단일 구조로 남을 것인지, 혹은 다층적 플랫폼 구조로 확장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아트부산 2026 행사 일정

행사명: Art Busan 2026
기간: 2026년 5월 21일(목)–5월 24일(일)
VIP 프리뷰: 2026년 5월 21일(목)
일반 관람: 2026년 5월 22일(금)–5월 24일(일)
장소: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참여 규모: 18개국 110여 개 갤러리
주요 섹션: FUTURE, LIGHTHAUS, CONNECT, DEFINE
연계 프로그램: 부산시립미술관·부산현대미술관 연계 프로그램, 스튜디오 투어, 토크 프로그램, 부산아트위크 등
 
 
 
HIVE ART FAIR 2026 행사 일정

행사명: HIVE ART FAIR 2026
기간: 2026년 5월 21일(목)–5월 24일(일)
관람 시간: 5월 21일(목)–5월 23일(토) 오전 11시–오후 7시
마지막 날 관람 시간: 5월 24일(일) 오전 11시–오후 5시
장소: 서울 코엑스 마곡 1층 전시장
입장료: Four-Day Pass 100,000원 / First-Day Ticket 50,000원 / One-Day Ticket 30,000원
전시 품목: 회화, 조각, 공예, 판화, 사진, 뉴미디어 및 설치
주최·주관: 디엑세스 (코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