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Dissolution》 ©ARARIO MUSEUM

아라리오뮤지엄은 민병훈 작가의 개인전 《소멸》을 4월 19일까지 인 스페이스 공간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시 제목과 동명의 신작 〈소멸〉(2026)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영상 작업 〈소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부서져 흩어지고 사라지는 파도와 구름, 무지개 같은 제주 풍광이 등장한다. 역재생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어 느리게 흘러가는 화면에 익숙한 듯 이질적인 움직임이 가득하다.

빨려 들어가듯 뒤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결들, 화면 전체에 무질서하게 퍼져 있던 거품과 물방울이 점점 하나가 되어 모여 부서지기 전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뭉쳐진 것들을 계속 추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음 무너진 것들이 또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할 뿐이다.

민병훈 작가는 본디 영화감독이다. 아들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2023)이 그의 최근 대표작이었다. 이번 전시 마지막 공간에서 〈약속〉의 축약본을 감상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of 《Dissolution》 ©ARARIO MUSEUM

〈약속〉은 작가가 아들의 시를 징검다리 삼아, 제주의 자연 아래에서 슬픔을 머금고 사는 부자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민병훈은 폐암에 걸린 아내가 여생을 제주에서 보내고 싶다고 하여, 아들과 함께 제주로 이주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병환이 깊어져 서울의 병원에서 투병하다가, 결국 제주 집에 한 번도 머무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빈자리가 남아있는 제주에서 민병훈은 아들과의 삶을 묵묵히 촬영하고, 제주 자연의 모습을 계속해서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약속〉이 만들어지고, 후에 제주의 풍경과 무덤을 담은 시리즈가 이어지다가 2026년 〈소멸〉이 등장했다.

〈소멸〉에서 단지 사라지는 것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바다에서 물 밖으로 힘차게 뛰어올라 펄떡이는 물고기들, 눈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갈매기, 나무 사이를 의연하게 지나가는 까마귀, 숲속에 내리쬐는 햇볕을 가득 맞으며 제 짝을 찾아 흩날리는 날벌레들, 포근한 눈밭을 유유히 걸어가는 고양이가 계속 등장한다. 약동하는 생명들은 끊임없이 부서지는 자연을 딛고서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