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나란히 오프라인 경매를 진행했다. 두 경매 모두 낙찰률 70% 전후를 기록하며 상반기 대비 수치상 개선된 성과를 보였지만, 구성된 작가군과 거래 양상에서는 반복적인 구조가 여전히 지속됐다.
 
고가의 우량작품은 출품이 제한적이었고, 차세대 미술시장을 이끌 새로운 작가에 대한 기획 역시 부재한 채, 안전한 이름과 중저가 평작 중심의 거래가 주를 이뤘다.
 


케이옥션, 총 낙찰액 47억 원, 낙찰률 68.4%
김환기〈항아리〉9억 원 최고가, 중견작가 평작 중심 거래

 
7월 23일 열린 케이옥션의 오프라인 경매는 총 104점 출품작 중 6점이 경매 직전 취소되었고, 최종 98점 중 67점이 낙찰되며 낙찰률 68.4%를 기록했다. 근현대미술 부문은 총 73점 중 52점이 낙찰되어 낙찰률 71.2%, 낙찰총액 42억 원을 기록했다. 고미술 부문은 25점 중 15점이 낙찰되어 낙찰률 60%, 총액은 약 4억 원 수준이다.


9억원에 낙찰된 김환기 <항아리> (1958). /케이옥션 제공

이번 경매 최고가 낙찰작은 김환기의 <항아리>로, 당초 예정가보다 5000만 원 낮은 9억 원에 낙찰되었다. 박서보의 <묘법 No. 080831>은 4억 원, 윤형근의 <무제>는 2억3000만 원에 거래되었다. 이배의 <붓질 4-75>는 8500만 원에서 시작해 1억2500만 원까지 응찰이 이어졌고, 김환기의 또 다른 작품 <무제>는 6000만 원 시작가에서 9200만 원에 낙찰됐다.


2억 3천에 거래된 윤형근의 <무제> (1988-1991) / 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처

박서보 <묘법 No. 080831> (2008). /케이옥션 제공

정상화, 이강소, 전광영, 조나스 우드 등의 작품은 시작가보다 낮거나 근접한 가격에 낙찰되었고, 이우환의 150호 작품 <조응>은 경매 직전 출품이 취소됐다. 전반적으로 경합은 일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시작가를 낮추거나 시작가 수준에서 거래된 사례가 다수였다.
 
고미술 부문에서는 운보 김기창의 작품 6점이 모두 낙찰되었으며, <복덕방>은 3500만 원 시작가에서 1억2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국화와 술병·난과 화병>은 600만 원에서 시작해 1300만 원에 거래되었고, 박래현의 작품은 4200만 원에서 시작해 1억1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운보 김기창의 <복덕방> (1953-1955). / 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처

전체적으로 이름 있는 작가들의 중소형 평작 위주의 출품 구성과 시작가 조정을 통해 안정적인 낙찰을 유도한 경매였으며, 새로운 작가군이나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옥션 총 낙찰액 33억 원, 낙찰률 71.0%
이우환  <다이얼로그>  6억7000만 원 낙찰, 유찰률 30% 이하로 낮춰

 
7월 22일 진행된 서울옥션의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은 총 77점 중 8점이 출품 취소되었고, 69점 중 49점이 낙찰되며 낙찰률 71.0%, 낙찰총액 33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옥션의 낙찰률이 70%를 넘긴 것은 2024년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파란색 계열의 작품으로 구성한 '블루' 섹션이 운영되었으며, 현장에서는 컬러 콘셉트에 맞춘 드레스코드 이벤트와 선물 증정 등이 진행되었다. 블루 섹션은 전체 28점 중 10점이 유찰되며 기대에 비해 완성도 있는 판매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전체 유찰률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낙찰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추정가 6억 5천 ~ 10억 (USD 476,400 – 733,000) 으로 출품되었으나 6억 7천만 원에 거래된 이우환의 <다이얼로그> (2007) / 서울옥션 홈페이지 캡처

이날 최고가 낙찰작은 이우환의 <다이얼로그>로, 6억7000만 원에 거래되었다. 장욱진의 <길>은 8000만 원에서 시작해 1억3500만 원에 낙찰되었고, 천경자의 <풍경>은 추정가 상단을 넘긴 89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2억5000만 원, 유영국의 <황혼>은 예정가보다 낮은 4억 원에 거래되었다. 앤디 워홀의 〈Flowers〉는 6300만 원에 낙찰되었다.


4억원에 낙찰된 유영국의 <황혼> (1979). /서울옥션 제공

1억3500만원에 낙찰된 장욱진의 <길> / 서울옥션 홈페이지 캡처

이우환의 도자 작품 2점은 각각 1200만 원과 1100만 원에서 시작해 2000만 원과 1850만 원에 낙찰되었으며, 김환기, 윤형근, 요시토모 나라 등의 주요 작품 일부는 경매 직전 출품이 취소됐다. 고가 작품의 유입은 제한적이었고, 전체적으로 시작가 조정과 유찰률 최소화를 통해 낙찰률을 끌어올린 경매였다.


 
반복되는 출품 구조, 차세대 시장에 대한 전략은 여전히 실종
 
케이옥션과 서울옥션 모두 2025년 7월 경매에서 시장 수요에 맞춘 안정적 출품 전략을 펼쳤지만, 구성 작가군은 익숙한 이름들에 머물렀고, 차세대 미술시장을 이끌 수 있는 작가군에 대한 발굴이나 기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이 위축될수록 위탁자와 응찰자 모두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화되고, 이는 새로운 시장 창출보다는 기존 시장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두 경매 모두 낙찰률 상승이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이는 출품 전략 조정과 출품작 수 감소, 시작가 인하 등의 대응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미술시장 전체의 회복을 의미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 미술시장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거래 수치의 회복이 아니라, 향후 시장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작가 발굴과 콘텐츠 기획이며, 이를 위한 실질적인 투자와 리스크 감수 전략이 요구된다. 불황기에도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반복되는 이름의 순환 속에서 다시 침체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