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숙 작가(1941-2025) ©아라리오갤러리
지난 6일, 한국의 현대
사진사와 페미니스트 운동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한국 1세대 여성 사진작가 박영숙이 향년 85세로 영면에 들었다.
1960년대부터 사진 활동을 시작한 박영숙은 평생을 사진예술과 여성주의
실천에 헌신하였다. 박영숙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불온한 배제의
대상으로 여겨진 여성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도발적인 인물 초상사진을 주로 작업해 오며, 여성의 몸과
자아에 대한 사회적 억압, 부조리, 성적 권력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영숙은 사회적 통념에 벗어난 여성, 가부장적인 사회구조가 속박해온 “여성”에 대한 관념들을 전복시키는 작업 ‘미친년들’(1999)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의 ‘몸’을 시각화하는
그의 작업은 여성의 성 역할과 성 정체성에 대한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적의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박영숙은 이 연작을 바탕으로 ‘갇힌 몸 정처없는 마음’(2002), ‘화폐 개혁 프로젝트’(2003), ‘헤이리 여신 우마드 (WOMAD)-21세기 여신들)’(2004)등 다양한 작업을 전개했으며, ‘레즈비언 결혼식’(2003), ‘무슈버터플라이’(2003), ‘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2004) 등 당시 사회적으로
터부시되었던 젠더 이슈, 아시아 여성의 문화적 성 역할에 대해 다각도로 고찰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여성사진작가협회’를 창립해 여성 사진가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했으며 2006년부터 10년간 한국 최초 사진 전문 갤러리인 ‘트렁크갤러리’를 운영해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물적 토대 마련에도 온
힘을 다했다.
한 개인의 작가적 행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의식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예술가로서, 그 정신과 울림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