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아를(Arles)의
루마 아를(LUMA Arles)이 구정아(Koo Jeong A) 개인전《LAND OF OUSSS [KANGSE]》를 선보이고 있다.

구정아, 《LAND OF OUSSS [KANGSE]》, 2025–2026, 루마 아를, 프랑스, 타워 이스트 갤러리(지상 0층). 사진: 빅토르 & 시몽 / 그레구아르 다블롱
전시는 2025년 7월 5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루마 타워(The Tower) 지상 0층
East Gallery와 지하 2층 Glassroom 두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신작과 근작을 아우르는 프랑스 내 최대 규모 발표로 소개되며, 조각,
향을 활용한 설치, 인광 회화, 잉크 드로잉
등으로 구성된다.
베니스비엔날레 2009 메인전, 2024 한국관
구정아는 2009년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 메인전《Making Worlds》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공간에서도 설치를 선보였다.
이후 2024년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ODORAMA CITIES》에서는 후각적
기억을 기반으로 한 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600건의 기억을 공모해
16종의 실험 향과 1종의 상업 향을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루마 아를 전시에서도 이 경험이 이어져, 향과 감각을 작품의
주요 매개로 삼고 있다.

OUSSS: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OUSSS’는
작가가 오래 다뤄온 자의적 개념어로, 소리, 물질, 존재, 땅을 아우르는 개인적이고 유동적인 정신적·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루마 아를은 이번 전시를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가시 영역 너머의 힘과 연결시키는 다감각적 체계로 소개한다. 구정아는 빛, 온도 변화, 향, 소리와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매체로 삼아 시각 중심의 경험을 넘어서는 관람 방식을 제안한다.

〈KANGSE SpSt〉(2024) 설치 전경 / 사진: 루마 아를
〈KANGSE
SpSt〉: 균형과 부유의 은유
전시 입구에 설치된 〈KANGSE
SpSt〉(2024)는 브론즈, 합판, 금속, 안료, 향 디퓨저, 퍼퓸 센서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작이다. ‘KANGSE’는 한국어
‘강세’에서 유래된 단어로,
힘의 얹힘, 무게의 치우침, 발음의 억양 등
긴장과 균형의 개념을 포함한다.
‘SpSt’는 ‘Space Station’의 약어로 해석되며, 낯선 궤도나 부유 공간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한 발로 균형을 잡은 듯한 조형이 향을 발산하며,
중력과 부유, 안정과 불안정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베니스
한국관의 후각적 실험과도 이어지며, 관람자가 ‘공간을 향기로
체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한 목조 조각. 순환과 연속성의 공간적 리듬을 보여준다 / 사진: 루마 아를
주요 작업과 감각적 장치
뫼비우스 띠 형태의 목조 조각들은 연속성과 순환의 이미지를 구현하며, 동선 곳곳에 배치되어 공간 리듬을 형성한다.

〈SEVEN STARS〉(2020) / 사진: PKM 갤러리
〈SEVEN STARS〉(2020)는 인광 회화 시리즈로, 암전과 점등의 교차 속에서 별빛의
잔상을 떠올리게 하며, 반 고흐의〈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킨다.

〈[EVER] [VAST]〉(2025) / 사진: PKM 갤러리
〈[EVER] [VAST]〉(2025)는 루마 타워의 암석적 외관과 조응하는 현장 특정 조각군으로, 건축과
작품이 서로를 반향한다.
“플래시 아트”는 이번 전시를 “묘하게 흩어진 듯한 구성”이라 평하며, 향, 안개, 빛, 오브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감각적 몰입을 주목했다. 특히〈KANGSE SpSt〉베니스 한국관에서의 향 실험과 연결되어
있으며, 균형과 부유의 긴장을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코리아헤럴드”는 미로형 지하 공간에서 관람객 수를 제한해 소규모로 입장시키며, 암전과 향기가 결합된 순간 관람자들이 정지하는 체험을 보도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증폭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오큘라”는 루마 아를의 여름 주요 전시로 본 전시를 꼽으며, 프랑스 내 최대
규모의 구정아 개인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동시대 미술의 감각 언어 확장
이번 전시 《LAND OF
OUSSS [KANGSE]》는 구정아가 지난 수십 년간 다져온 고유한 언어가 글로벌 기관의 건축과 도시 맥락 속에서 번역되는 사례이자, 한국 동시대 미술이 세계적 맥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구축된 후각·기억·도시의 데이터 스토리텔링이 루마 아를에서 건축과 지형, 우주적 상상력과 결합되며, 한국 동시대 미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공감각적 가능성을 넓혔다.

구정아 작가
구정아는 1967년생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설치, 영상, 드로잉, 향 작업을 통해 관람자의 감각을 확장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2009년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 메인전에 참여해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으며,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미술관, 센터 퐁피두 등 세계 주요 기관에서 전시를 가졌다. 특히 2024년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ODORAMA CITIES》를 통해 후각적 기억을 탐구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루마 아를 전경 / 홈페이지 캡처화면

루마 아를 파운데이션 전경 / 사진:루마 아를
전시가 열리는 루마 아를은
2021년 프랑스 남부 아를에 문을 연 복합 문화예술 단지로, 현대미술을 비롯해 사진, 영화, 건축, 디자인, 환경 연구를 아우르는 국제적 플랫폼이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56미터 높이의 타워는 반 고흐의 회화와 알프유 산맥의 바위 지형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되었으며, 현재 지중해 문화와 현대예술이 교차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