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Collapse Manual》 ©AOD MuseumHan Suji, Xenon Skin - ribbit ribbit, 2025, Single-channel video, sound, 13min. 40sec. ©Art Center White Block

AOD (Art of Dalim) 뮤지엄은 기획전 《The Collapse Manual》를 2026년 1월 7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The Collapse Manual》는 도래하지 않은 미래, 그 이후를 상상한다. 무너진 과거를 재건하기보다, 반복될 미래의 붕괴 속에서 남겨진 것들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붕괴’를 사유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어떠한 지침이라기보다, 지금의 현실을 다르게 번역해 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인간중심주의, 생산성 그리고 계몽적 이성이 만들어낸 세계 아래에서 문제의 기원을 찾고, 잃어버린 감각을 복원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Collapse Manual》 ©AOD Museum

강철규는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허구적 세계를 구축하는 회화를 선보인다. 위기와 불안, 그리고 승화를 주된 심상으로 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마주한 실존적 물음을 가시화한다.

인간과 기술, 자연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구기정은, 자연의 풍경을 3D 렌더링 기반의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의 매체와 인간이 경험하는 감각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자연’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안도현은 소비사회의 생산 시스템에서 낙오되거나 방치된 사물을 수집하고 재조합해 원래의 기원과 서사를 알 수 없는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어낸다.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로 구현되는 그의 작업은 이러한 변화를 함축하며,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보여준다.

양승원은 사진이라는 매체에서 출발해 그 불완전성과 인간 인식의 균열을 탐구한다. 최근 작업에서 ‘물’이라는 구체적 매질이 등장하며, 납작한 평면에서 벗어나 입체로 확장된 사진을 통해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그 유동성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The Collapse Manual》 ©AOD

이영욱은 회화에서 ‘반복’이라는 형식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실험하며, 형상을 해체하고 재조합, 나열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나열된 형상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무수한 이미지의 반복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공허를 반추하게 한다.

이현우는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물의 외형에 주목해, 이러한 성질을 개인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황과 연결지으며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대상이 존재할 방법을 모색하는 조각을 만들어 나간다.

회화와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조무현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그 표면과 내면의 관계성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이 대상에 대해 가지는 맹목적인 믿음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감정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참여 작가: 강철규, 구기정, 양승원, 이영욱, 안도현, 이현우, 조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