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Desir Angin》 ©Art Center Art Moment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이희경 작가의 개인전 《바람의 속삭임》을 2026년
1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이희경은 한국 사회에 정주 중인 아시아 이주민들의 삶과 배경을 리서치하며 영상과 드로잉 등을 매체로 작업을 한다. 특히 개인의 미시사에 잠재된 문화, 역사적 배경과 도착지의 여러
사회적 레이어로 형성되는 이주 여성의 다층적인 정체성의 구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Desir Angin》 ©Art Center Art Moment
이번 전시 《바람의 속삭임》 또한 이동하는 여자들에 대해 다룬다. 아주
먼 역사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동은 권력과 자본의 궤적을 따라 이루어져 왔다. 영토 확장을 위한 항해와
비행, 강제 동원, 추방된 이들의 행렬, 수탈한 자원의 운반에서부터 이제는 자발적인 이주 노동, 물류와 항공의
체계, 소비와 체험 중심의 관광까지.
전시는 이 커다란 말들이 멀리 있는 추상이 아님을, 또한 이 말들
속에서 삶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제주와 인도네시아, 홍콩과 필리핀 곳곳에 위치한 동굴을 파고든다. 이 동굴들은 각 나라의
사람과 물자, 자본과 권력을 잇기 위해 뚫린 구멍들이다.

Installation view of 《Desir Angin》 ©Art Center Art Moment
그리고 작가는 이곳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여자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그곳의
여자들은 가지지 못한 권리를 취하기 위해 이곳과 저곳을 넘나들면서, 역사가 만든 구멍을 자기 방식대로
사용한다. 이 대담함은 누군가의 입에선 이주 노동자라거나, 불법과
합법이라는 제도의 단어로 가려지지만, 여자들에게는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게 여자들은 자신이 속한 시공간을, 식민이라는 역사와 이주 노동이라는
산업, 모든 현실을 구체적인 삶의 통로로 만든다. 전시장에서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목소리는 매끄러운 역사와 현실에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그러나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은 소리로, 동굴 같은 전시장을
떠다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