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이지갤러리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6인 작가 그룹전 《가이아의
메아리》를 7월 26일까지 개최한다. 2025 부산 비엔날레 바다미술제 공동 예술 감독 김금화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구를 살아 있는 존재로
다시 사유하며, 예술을 통해 그 울림을 감각적으로 환기하는 여섯 명의 작가들: 알리우 디악, 지븨 리, 파콘데
샤루디, 안나 슈타이너르트, 산드라 바스케스 데 라 오라, 비론 에롤 베르트를 소개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이아는 신과 인간, 모든 생명 존재를 낳고 숨을
불어넣는 원초적 어머니이자 대지의 신으로 불린다. 전시는 브루노 라투르가 『가이아를 마주하다(Facing Gaia)』에서 제시한 개념에 기반해, 가이아를 더 이상
수동적인 배경이 아닌 감각하고 반응하며 반격하는 능동적 존재로 상정한다.

21세기의 지속적인 전쟁, 생태 붕괴, 인식의 혼란을 반영하듯, 가이아의 몸은 붕괴와 재생, 소멸과 출현의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뒤틀리고 진동한다. 《가이아의 메아리》는 이처럼 생명과 소멸, 재생과 순환의 리듬 속에서 감각되는 대지의 울림을 예술을 통해 증폭시키고자 한다. 작가들은 치유, 중재, 변형의 가능성을 담은 예술적 몸짓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과 관계를 되묻는다.

작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베를린이라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도시 환경 속에서 교차된 경험을 통해 다문화성, 혼종성, 나아가
포스트-인류세 시대의 자연과 환경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작업에 담아낸다.
가령 한국작가 지븨 리는 한국의 옻칠 장인과 협업하여, 옻나무의 수액을
눈물, 상처, 치유의 흔적으로 전환하고, 성장과 소멸의 순환을 시간의 물질로 기록한다.

전시는 이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오늘날 '의례(ritual)'라는 행위가 단순한 반복이나 형식을 넘어, 치유와 변형, 그리고 중재의 예술적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작가들은 신체적 수행, 물질과 감각에 대한 민감한
개입, 신화와 전통 유산의 재맥락화를 통해, 동시대 예술이
인간과 비인간, 기억과 생태, 그리고 내면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본 전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베를린에서 진행된 Speaking to Ancestors (Co-Curator: Pauline
Doutrougne)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실비아 윈터의 『의식은 발견되어야 한다: 휴머니즘 이후』(1984)와 한병철의 『의식의 소멸에 대하여』(2019)에서 이론적 영감을 받았다.
《가이아의 메아리》는 의례, 신화,
전통적 문화 실천이 어떻게 새로운 집단 의식을 촉진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며, 예술이 과연
사라지고 억눌린 존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제례적 행위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참여작가: 알리우 디악, 지븨 리, 파콘데
샤루디, 안나 슈타이너르트, 산드라 바스케스 데 라 오라, 비론 에롤 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