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Home” Installation view. ©Gallery Baton

갤러리바톤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 b. 1982)의 개인전 “New Home”을 7월 13일까지 개최한다. 히라코는 자연, 동식물, 인간의 공존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화풍으로 조명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회화, 조각 및 설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매체의 다양한 특질을 선택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저변의 고유한 주제의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갖춘 일본 오카야마 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히라코는 런던에서의 대학 생활 동안 도시의 녹지대와 인테리어용 식물의 주된 존재 이유가 인간의 정신적 위안에 치중되어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인공적인 장소에 이식되어 기본적인 생육에 통제를 받다가 차례로 소멸하는 상황이 애초에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일까 라는 작가의 문제 의식은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주제로까지 발전하였다. 이에, 히라코는 고유한 시각적 언어로 자연은 극복하거나 개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동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하는 독립적인 대상임을 설파해왔다.

전시명인 “New Home”은 인간의 관점에서 앞으로 펼쳐가야 할 미래의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작가의 대안적인 해답과도 같다. 북, 통기타, 랜턴 등 지난 세기를 상기하는 사물의 빈번한 등장은, 유한한 자원하에서 지구의 주기성에 맞춰 생육을 위해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자연이 순응과 극복의 대상이 아닌 극단적인 착취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세의 지배적인 특징 중 하나는 과학적 합리성과 증명의 극단적인 신봉이고, 이런 관점에서 히라코의 작업은 하이브리드 캐릭터의 등장 만으로도 무척이나 초현실적이고 낯설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점에서 히라코는 무수한 세월 동안 이어져왔던 자연과 인간의 암묵적인 공존의 역사가, 비정상적이고 퇴보로 치부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위트 있고 때로는 의미심장하게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