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What Words Leave》 © Vohm Gallery

봄화랑은 이진형 개인전 《남은 것》을 11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미지의 지시성을 지워내며 대상이 본래의 의미로 읽히는 과정에서 벗어나 그 안에 남은 형태와 감각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이진형은 이번 전시 《남은 것》에서 문자의 지시성에 대한 탐구를 선보인다.

LoVe, LifE, TiME과 같은 익숙한 단어에서 글자 자체가 아닌 글자가 차지하고 남긴 여백만을 추출하고 조합해 새로운 형태로 구성하였다. 글자의 획과 그 사이의 공간은 서로를 통해 형태를 이루지만 우리는 대개 단어를 읽는 데 집중한 나머지 여백을 배경으로 남겨둔다.

작가는 이 공간을 분리해 화면의 중심에 놓는다. 이로써 문자에 속해 있던 여백은 더 이상 의미를 보조하는 빈 곳이 아니라 독자적인 윤곽을 지닌 시각적 대상으로 나타난다.


Installation view of 《What Words Leave》 © Vohm Gallery

《남은 것》이라는 제목은 무언가가 사라진 뒤에 남겨진 흔적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만 다른 것을 알아보는 동안 지나쳤던 것에 가까울 테다.

대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과 그것을 온전히 바라보는 일은 반드시 같지 않다. 이진형은 이미지와 문자에 남겨진 형태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의 바깥으로 우리의 시선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