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From The Dead Center of Nowhere》 © KICHE
갤러리 기체는 남석우 작가의 개인전 《어느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를
11월 7일까지 개최한다.
작업실을 오가는
길 위에서 눈과 귀, 피부에 닿는 행인들의 몸짓, 말소리, 냄새, 공기의 질감 같은 유무형의 자극들, 뇌리에 남아 떠도는 기억, 몽상,
감정들은 남석우 회화의 밑바탕이다.
작가는 의식에
잠겨 있던 감각의 파편들을 붙들어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형상을 그리고 이야기를 지어 숨을
불어넣는다. 그에게 회화는 이미지와 서사로 엮어낸 기틀 위에서 ‘세계’와 ‘나’의 관계를 사유하는
단막극 무대에 가깝다.

Installation view of 《From The Dead Center of Nowhere》 © KICHE
남석우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제목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서》는 소설의 한 문장에서 왔다. 작가는 책으로 접한 상황이 일상의 시간 위로 포개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곤 한다. 작업실을 거닐다가도, 문득 지금 이곳이
어디이며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 동안 작가가 발 디딘 현실은 '어느 곳도 아닌 장소'로 일시적인 변모를 겪는다.
예컨대 손에
쥐가 날 때마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매 발톱처럼 오그라들던 어느 노인의 왼손을 떠올린다. 혹은 나이
든 열쇠공의 세계와 거친 바다로 향하는 이의 꿈을 혼동하기도 한다. 문자로 지어진 이야기 속 인물들의
풍경은 그렇게 작가의 현실 위로 끊임없이 교차한다.

Installation view of 《From The Dead Center of Nowhere》 © KICHE
그의 그림에서는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얼굴 대신 즐겨 쓰이는 빈 ‘말풍선’들은 무대에서 펼쳐진 사건을 열린 결말로 안내하는 상징적 기호가 된다. 작업을
이어가면서 ‘말풍선’은 차차 동굴, 악기, 상자, 항아리
등 점차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따라서 작가가 만들어낸 각각의 장면들은 이미지와 사건을
매우 구체화해 제시하지만, 모호하게 편집되고 생략돼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되지 않는다. 이렇듯 그가 그려내고 있는 형상, 장소, 시간은 경계면, 즉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그리고 작가는 거기 멈춰 “이제 어디로 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담담히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