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To Sculpt, Purely》 © Perigee Gallery
페리지갤러리는 서해영 작가의 개인전 《순수 조각》을 11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서해영은 조각을 하나의 조형 언어로 다루는 동시에 ‘조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조각의 창작 과정을 살피며 조각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한편, 예술적 행위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작업의 중요한 테제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 《순수 조각》에서 작가는 다시 눈앞의 대상을 바라보고 재현하는 조각으로 돌아온다. 전시장 양쪽에 놓인 산과 바다 조각은 실제 대상을 바라보며 만든 흙 작업을 캐스팅한 것으로, 작가의 시선이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의 표면과 형태에 집중한다.

Installation view of 《To Sculpt, Purely》 © Perigee Gallery
그러나 이는 단순한 원점 회귀가 아니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유사한 방식으로
조각하더라도,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르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은 현재의 조각에 스며들며, 작가는 ‘나’와 대상, ‘나’와 조각, 조각과 조각 사이에 생겨난 거리와 감각의 차이를 다시 살핀다.
작가는 실제 풍경을 재현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임의로 채우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자신이 감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대상의 표면을 바라보고, 흙을
붙이고, 떼어내고, 다듬고,
다시 깎아내는 행위에 몰입한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의미를 미리 규정하기보다 그것을 최대한 유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그
결과 전시장에는 담론이나 서사보다 서해영이라는 존재와 조각이라는 행위가 남는다.

Installation view of 《To Sculpt, Purely》 © Perigee Gallery
전시장 곳곳의 작은 청동 조각과 산, 바다, 안개는
서로 다른 거리와 관계를 만들어낸다. 앞과 뒤, 높고 낮음, 멀고 가까움, 크고 작음, 소조와
캐스팅, 좌대의 유무 등 다양한 차이는 각각의 조각이 독립된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관객은 이러한 관계를 자신의 시선으로 연결하며 작가와 그가 바라본 대상,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조각의 존재를 하나의 별자리처럼 구성하게 된다.
《순수 조각》은 조각의 본질에 대한 완결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서해영은 여전히
조각으로 가닿지 못한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다.
그에게 ‘순수 조각’은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과 삶의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이자 작가가 만든 조각과 관객의 시선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닿을 듯 닿지 않고,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는 그 거리 속에서 조각은 하나의 존재로 계속해서 생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