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아트위크에는 135개 시각예술 공간이 참여하고, 을지로·한남·청담·삼청에서는 날짜를 달리해 야간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주요 미술관의 전시와 영화, 공공미술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9월의 서울은 아트페어와 도시의 미술 현장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을지로 나잇 — 서울아트위크의 시작
 
8월 31일, 서울아트위크는 을지로에서 시작한다.
 
서울시는 오후부터 을지로 일대의 전시공간과 연계한 워크숍과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고,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N:NEWS(뉴스뮤지엄) 을지로에서 오프닝 나잇을 연다. 전시와 퍼포먼스,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함께 펼쳐진다.
 
을지로는 서울의 다른 주요 미술 지역과 분위기가 다르다. 오래된 인쇄소와 공구상, 산업시설 사이에 작가 스튜디오와 독립예술공간, 새로운 문화공간들이 들어서면서 상업 갤러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과는 다른 미술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을지로 나잇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러한 혼재다. 오래된 산업지역과 새로운 예술공간, 일상의 상업시설과 전시장이 한 동네 안에서 뒤섞인다. 서울의 젊고 실험적인 미술 현장뿐 아니라 도시가 문화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지역이다.


2025을지로와 종로일대의 미술공간들을 소개하고 있는 X large 대표 김재석 디렉터 / 사진: 아트프리즈 홈페이지




2025 을지나잇에 참가한 종로의 두산갤러리 전시모습

한남 나잇 — 새롭게 형성된 서울의 미술 중심지
 
9월 1일에는 한남 나잇이 열린다.
 
한남과 인근 용산은 최근 서울의 미술 지형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지역이다. 주요 미술관과 국내외 갤러리, 새로운 문화공간들이 자리 잡으면서 미술관과 상업 갤러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미술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한남 나잇에는 이 일대의 갤러리들이 늦게까지 문을 열고 전시와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공간들이 같은 날 동시에 움직이면서 한남이라는 지역의 미술 지형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갤러리들이 잇달아 서울에 공간을 열면서 변화한 서울 미술계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한남 일대의 특징이다.
 
인근의 미술관까지 시야를 넓히면 볼거리는 더욱 많아진다. 리움미술관에서는 구정아의 개인전이 열리고,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솔 르윗을 조명하는 《Sol LeWitt: Open Structure》를 만날 수 있다.


Pace Gallery 서울 외관과 전시모습 / 사진: 페이스 서울



Esther Schipper 서울과 전시모습 / 사진: 에스더 쉬퍼 갤러리



2025년 프리즈 한남나잇 행사 모습

청담 나잇 — 아트페어에서 실제 갤러리로
 
Kiaf와 Frieze Seoul이 개막하는 9월 2일 저녁에는 청담 나잇이 열린다.
 
청담에는 국내 주요 상업 갤러리와 국제 갤러리, 브랜드의 문화공간이 밀집해 있다. 코엑스와도 가까워 낮의 아트페어가 자연스럽게 도시의 실제 갤러리 공간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아트페어에서는 각 갤러리가 선택한 작가와 작품을 하나의 부스 안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갤러리에서는 경험이 달라진다. 한 작가나 하나의 전시를 독립된 공간 안에서 보다 충분한 맥락과 함께 볼 수 있다.
 
올해 Frieze Seoul 참가 갤러리 가운데 50곳 이상이 서울에 상설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페어에 참가하는 국제 갤러리 상당수가 이미 서울의 일상적인 미술 생태계 안으로 들어와 있다.
 
청담 나잇에서는 아트페어의 부스와 실제 갤러리라는 두 공간이 어떻게 다르게 작품을 보여주는지를 한날에 경험할 수 있다.






프리즈 라이브 공식 후원사인 디아드 갤러리에서 열린 '프리즈 청담 나잇 2025' 행사 모습. / 사진: 디아드

삼청 나잇 — 한국 현대미술의 시간이 축적된 곳
 
9월 3일에는 삼청 나잇이 이어진다.
 
삼청은 서울의 미술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는 동안에도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를 지켜온 지역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계를 만들어온 주요 갤러리와 문화공간들이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공간과 기억, 이동과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그의 작업을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미술관을 나온 뒤 주변 갤러리를 걸어서 돌아보고 저녁의 삼청 나잇까지 이어갈 수 있다.
 
한남이 최근 형성된 새로운 미술 클러스터를, 청담이 국제 갤러리와 시장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삼청에는 한국 현대미술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또 다른 풍경이 있다.
 
아트페어의 빠른 속도와는 다른 시간으로 작품과 전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삼청의 매력이다.


2024 삼청 나잇 장면 / 사진: 모바일 한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MMCA 나잇-무경계' 공연 모습. 사진:김은영 기자 key66@ / 출처: 부산일보

The Find Seoul — 서울에 흩어진 1만6,000개의 작품
 
올해 Neighborhood Nights의 네 지역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작품도 등장한다.
 
영국 작가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The Find Seoul》이다.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특별 제작된 1만6,000개의 동전 형태 작품이 을지로·한남·청담·삼청과 코엑스의 공개 공간 곳곳에 숨겨진다. 각각에는 서로 다른 문구가 새겨져 있고, 발견한 사람은 작품을 간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다.


라이언 갠더의 《The Find Seoul》 홍보 이미지 / 사진: 프리즈 홈페이지

아트페어가 세계 각국의 작품을 하나의 장소로 모은다면 《The Find Seoul》은 그 구조를 뒤집는다. 작품을 도시 곳곳에 흩어놓고 관람객을 움직이게 한다.
 
갤러리를 찾아 을지로와 한남, 청담, 삼청을 걷다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작품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작품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과 동네를 만나게 된다는 점까지 작품의 경험 안으로 들어온다.
 
거대한 설치나 기념비적인 공공미술 대신 작은 동전 1만6,000개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전시장처럼 사용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라이던 갠더, 〈The Find〉, 2023. Courtesy: Copyright © 라이던 갠더 2026. Photo: Lee Baxter.
Ryan Gander’s 〈The Find〉 is Commissioned by Factory International for Manchester International Festival

Frieze Film x 부산비엔날레 —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다
 
올해 Frieze Film은 2026 부산비엔날레와 협력해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의 무빙이미지 작품을 서울 송은에서 선보인다.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는 동시대미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형식이지만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하나가 갤러리와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다른 하나는 큐레이토리얼 주제와 비영리 전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두 영역을 서울에서 연결한다. 동시에 서울과 부산이라는 한국의 서로 다른 미술도시도 이어놓는다.
 
특히 같은 시기 한국을 찾는 해외 미술계 관계자에게는 흥미로운 동선이 만들어진다. 서울에서 Kiaf와 Frieze Seoul, 미술관과 갤러리를 경험하고 부산에서는 비엔날레를 통해 또 다른 동시대미술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9월 한국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서로 다른 미술 현장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2026부산비엔날레 기자 설명회 ©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2026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왼쪽부터: (구)부산남고등학교, 스페이스 원지, 부산현대미술관) ©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서울의 미술관 — 아트페어와는 다른 시간
 
아트위크 기간에는 서울의 주요 미술관들도 중요한 전시를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서도호,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서울시립미술관의 유영국을 주목할 만하다. 호암미술관에서는 《Art Spectrum 2026》이 열리고,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함양아와 김무영의 전시가 이어진다.
 
국제 현대미술로 범위를 넓히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Sol LeWitt: Open Structure》, 퐁피두센터 한화의 《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 푸투라 서울의 에스 데블린 개인전도 같은 기간 만날 수 있다.


〈월 드로잉 #312〉. 사진: 카즈오 후쿠나가. © 2026 The LeWitt Estat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제공: 폴라 쿠퍼 갤러리

아트페어에서는 수많은 작품과 작가를 짧은 시간에 만난다.
 
그러나 9월의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이 두 공간만이 아니다. 을지로의 독립예술공간에서 한남과 청담의 국내외 갤러리, 삼청의 오랜 미술 지형과 주요 미술관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미술 현장이 같은 시기에 함께 움직인다.
 
Kiaf와 Frieze Seoul이 세계의 미술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자리라면, 그 주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은 서울의 미술을 세계의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무대다.

올해 두 아트페어를 찾는다면 코엑스에만 머물지 말고 서울 곳곳으로 시선을 넓혀보자. 아트페어에서 시작해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도시 곳곳의 미술 현장까지 함께 경험하는 것. 그것이 2026년 9월, 서울의 미술을 보다 풍성하게 만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