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이 되면 서울의 미술계에는 평소와 다른 아트 바이브가 형성된다. 주요 갤러리들은 새로운 전시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미술관과 비영리
공간에서도 특별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국내외 컬렉터와 큐레이터, 미술관
관계자들이 서울로 모이며, 도시 곳곳의 전시 공간과 코엑스는 짧은 기간 동안 하나의 거대한 미술 지형으로
연결된다.

Kiaf SEOUL 전시장 전경. 매년 9월 서울에서는 Kiaf와 Frieze Seoul을 중심으로 주요 미술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 사진: Kiaf SEOUL

Frieze Seoul 2025 전시장 전경. Frieze Seoul은 국제 갤러리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대미술과 20세기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서울에 소개한다. / 사진: Wecap Studio, Frieze 제공
그 중심에 Kiaf SEOUL과
Frieze Seoul이 있다. 올해 Kiaf는 9월 2일부터 6일까지, Frieze Seoul은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Kiaf는 ‘공존(Coexistence)’을 주제로 인간의 감각과 창의성,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조명한다. 다섯 번째 행사를 맞는 Frieze Seoul에는 30개국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하며,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K-ARTNOW는 올해 두 아트페어를 앞두고 두 편의 기획기사를 마련한다. 1편에서는 두 페어가 무엇을 다르게 보여주는지,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면 좋을지를 다룬다. 2편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와 콘텐츠,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플랫폼 전략과 서울아트위크의 과제를 살펴볼 예정이다.
두 페어를 비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볼 것은 아트페어의 본질이다. 아트페어는
작품이 거래되는 시장인 동시에, 갤러리가 자신이 선택한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자리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참가 갤러리의 숫자보다 좋은 갤러리와 작가를 얼마나 충실하게 선별하고, 그 작업의 맥락과 현재적 의미를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하는가에 있다.
Kiaf, 한국 갤러리의 선택이 한자리에 모이다
2002년 시작된 Kiaf는
한국화랑협회와 국내 갤러리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 아트페어다. 해외 갤러리도
참여하지만, 중심에는 오랫동안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해 온 국내 갤러리들이 있다. Kiaf를 둘러보는 일은 지금 한국 갤러리들이 어떤 작가와 작품을 중요하게 선택하고 있는지를 한자리에서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메인 섹션에서는 익숙한 작가와 대표작을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각
갤러리가 그 작가를 어떤 작품과 맥락으로 다시 소개하는지를 볼 수 있다. 같은 작가라도 최근작과 초기작의
배치, 다른 세대와 매체의 작품과 이루는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좋은 부스는 많은 작품을 보여주는 부스와 같지 않다. 작가와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하고, 작품 사이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갤러리가
평소 구축해 온 프로그램과 연결될 때 부스는 하나의 작은 전시로 작동한다. Kiaf에서는 한국 갤러리들이
자신이 함께해 온 작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이를 작품과 공간, 설명
자료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PLUS와 ‘공존’, Kiaf의 다음 방향을 보다
젊은 갤러리와 이머징 작가를 소개하는 PLUS에서는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새로운 제안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매력은 유명한 이름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처음 보는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서고, 갤러리가 왜 이 작가를
지금 소개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새로운 작가를 볼 때에는 단순한 신선함보다 작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형성하고 있는지, 작품 사이에서 반복과
변화가 균형을 이루는지, 갤러리가 현재의 성취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는지가 중요하다.
올해 Kiaf가 제시한 ‘공존’이라는 주제도 하나의 관람 실마리다. 자연과 인공, 손의 노동과 기술, 전통 재료와 새로운 매체가 작품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따라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주제가 설명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특별전과 공간 구성, 출품작 전체를 연결하는 언어로 작동하는가이다.

2024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 10인에 선정된 작가는 ▲강철규 (아라리오갤러리) ▲김시안 (아트사이드 갤러리) ▲김은진 (금산갤러리) ▲페이지 지영 문 (Steve Turner) ▲ 베티 머플러 (Jan Murphy Gallery) ▲서원미 (라흰갤러리) ▲ 요헨 판크라트 (Bode Galerie) ▲이세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최지원 (디스위켄드룸) ▲한진 (갤러리 SP)이다. / 사진: 키아프
Frieze Seoul, 새로운 작가와 다시
쓰는 미술사 사이
Frieze Seoul은 글로벌 갤러리와 미디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지만, 올해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50개가 넘는 참가 갤러리가 서울에
상설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서울의 국제 갤러리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리즈서울 2025 전시장면 / 사진: 프리즈
올해는 메인 섹션과 함께 Focus, Spotlight, Material
Practice라는 세 개의 기획 섹션을 주목할 만하다.
Focus는 젊은 갤러리들이 한 명의 작가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여러 작가의 대표작이 교차하는 메인 부스와 달리, 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밀도 있게 볼 수 있다. 작품 사이에서 일관된 언어와 변화가 보이는지, 갤러리가 이를 하나의 완결된 프레젠테이션으로 구성했는지가 핵심이다.
Spotlight는 기존 미술사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던 20세기 작가를 다시 소개한다. 여기서는 작가가
왜 지금 다시 등장하는지, 작품과 자료, 연구가 얼마나 충실하게
결합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시장적 재발견과 미술사적 성취의 복원은 구분돼야 한다.
Material Practice는 동시대미술과 디자인, 공예와 물질적 표현이 만나는 지점을 다룬다. 나무와 흙, 금속과 섬유 같은 재료가 새로운 조형 언어로 어떻게 전환되는지, 제작
기술이 작품의 개념과 구조를 얼마나 이끌어가는지를 보는 섹션이다.

Material Practice 섹션에 참가하는 박종진 작가의 작품, 〈ArtisticStratum_Patch_OGVBRW〉, 2026, 도자 슬립,종이,스테인, 31 x 22 x 33 cm. 사진 제공:박종진&솔루나 파인 아트
같은 작가, 다른
맥락—갤러리의 역량이 보이는 순간
두 페어를 오가다 보면 같은 한국 작가를 서로 다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 갤러리는 오랫동안 축적해 온 대표적인 작업과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해외
갤러리는 다른 시기나 매체의 작품을 국제 작가들과 함께 배치할 수 있다.
같은 작가라도 어떤 작품과 함께 놓이는지, 어떤 설명과 자료가 제공되는지, 갤러리가 자신의 전체 프로그램 안에서 작가를 어떻게 위치시키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힌다.
Kiaf에서는 국내 갤러리가 작가의 역사와 작업을 얼마나 깊이 축적했는지를, Frieze Seoul에서는 해외 갤러리가 그 작가를 국제적 담론과 네트워크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확장하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열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과 전문성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아트페어의 본질에 가까운 갤러리는 작가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곳이 아니다. 작가의
작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작품과 맥락을 통해 그 가치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곳이다.

Frieze Seoul 2024, 스테이션(STATION) 부스 전경. 참여 작가: 나디아 에르난데스(Nadia Hernández), 넬(Nell), 토미슬라브 니콜리치(Tomislav Nikolic), 톰 폴로(Tom Polo). / 사진: 김경태(Kyoungtae Kim)
스타 작품을 지나, 부스의 완성도를 보다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주요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는 일은 아트페어의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한 점만 보고 다음 부스로 이동하면 갤러리가 실제로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는 놓치기 쉽다.
잠시 뒤로 물러나 부스 전체를 바라보면 작품 사이의 리듬과 관계가 보인다. 한
작가의 서로 다른 시기가 연결돼 있는지, 여러 세대와 매체가 하나의 관점을 형성하는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제외했는지가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수준과 부스의 완성도, 설명의 깊이, 갤러리의 전문성이 함께 보인다. 유명세와 가격을 넘어 이러한 요소들이
균형을 이룰 때 아트페어는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장소가 된다.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는 2025 프리즈 서울에서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를 통해 출품된 회화 3부작 〈Okay, then I apologize〉(2025)가 약 450만 달러(약 62억 원)에 판매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 프리즈서울
두 페어를 가르는 가장 분명한 기준
Kiaf와 Frieze Seoul을
모두 보려 하면 작품과 정보의 양에 쉽게 압도될 수 있다. 모든 부스를 빠르게 훑기보다 몇 가지 관심사를
정해 두 페어를 연결해보는 편이 더 선명한 관람 경험을 만든다.
한국의 새로운 작가에 관심이 있다면 Kiaf의 PLUS와 Frieze의 Focus를, 20세기 한국과 아시아 미술의 재평가를 보고 싶다면 Kiaf의 주요
근현대 작가 부스와 Frieze의 Spotlight를, 재료와 공예에 관심이 있다면 Kiaf의 ‘공존’ 관련 프로그램과 Frieze의 Material Practice를 함께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섹션의 이름이나 참가 갤러리의 숫자가 아니다.
두 페어가 좋은 갤러리와 작가를 얼마나 충실하게
선별하고, 작품의 수준과 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가.
Kiaf는 한국 갤러리들이 축적해 온 작가와 시장의 현재를 보여주고, Frieze Seoul은 국제 갤러리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작가와 미술사적 흐름을 서울에 제시한다. 두 페어의 출발점과 방식은 다르지만, 그 차이를 실제 작품과 부스, 자료와 설명을 통해 비교할 때 각각의 수준과 가치도 보다 분명하게 보인다.
2026년 서울아트위크는 많은 작품을 빠르게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두 아트페어가 작가와 갤러리를 어떻게 선택하고 소개하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기회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과 좋은 갤러리를 가르는 기준, 그리고 아트페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의 의미도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참고자료
- Kiaf SEOUL 공식
홈페이지: https://kiaf.org/
- Frieze Seoul 공식
홈페이지: https://www.frieze.com/fairs/frieze-seo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