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의 키아프 서울 전시장 ©Kiaf SEOUL

Kiaf SEOUL 2026이 9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25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약 8만 명이 방문했다.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통해 공간과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었으며,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여러 가격대에서 작품 판매가 이루어졌다.
 
올해 키아프는 관람 환경을 개선하며 행사 운영의 변화를 보여줬다. 이제 그 변화가 참가 갤러리의 지속적인 거래와 작가의 성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콘텐츠의 전문성, 웹사이트와 아카이브의 운영, 참가 구성의 방향성은 키아프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다.


이동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메인 동선을 명료하게 정리한 전시장 / 사진: Kiaf SEOUL

관람 환경의 개선과 프로그램의 확장
 
올해 가장 뚜렷한 변화는 전시장 공간이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주요 통로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특별전과 휴게 공간을 곳곳에 배치했다. 관람객이 입구와 주요 갤러리 주변에 집중되지 않고 전시장 안쪽까지 둘러볼 수 있도록 동선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장 보도에서는 부스 사이의 시야가 넓어지고, 상대적으로 발길이 적었던 B홀에도 관람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변화는 작은 갤러리의 작품도 관람객에게 발견될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트페어의 공간 운영은 관람의 편의뿐 아니라 참가 갤러리의 노출과 상담 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별전과 휴게 공간을 활용해 전시장 전체를 둘러보도록 유도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HUMAL》과 증강현실 특별전 《VIRTUAL VITAL》, 공연 프로그램 ‘Kiaf Classic’도 관람 경험을 확장했다. 작가 소개 프로그램 ‘Kiaf HIGHLIGHTS’는 중진 작가 10명을 재조명했고, Kiaf PLUS는 신생 갤러리와 작가를 소개했다. 여러 세대의 작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경험하도록 한 구성은 키아프의 폭넓은 참여 기반을 보여줬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키아프 전시모습 / 사진: 윌링앤딜링 홈페이지

폭넓은 가격대의 거래와 갤러리별 판매 편차
 
공개된 판매 사례에는 고가 작품과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작품이 함께 포함됐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를 6억~7억 2,00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보도됐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정상화·김보희·김성윤 등의 작품 판매를 발표했으며, 가나아트는 박은선 작품 6점을 5억 원 이상에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 작가의 작품에서도 거래가 이어졌다. 키다리갤러리는 작품 46점을 약 2억 원에 판매했다고 밝혔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40만~300만 원대 신진 작가 작품 16점이 판매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러한 사례는 키아프가 기존 컬렉터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작품 구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함께 수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갤러리마다 판매 상황은 달랐다. 일부는 고액 거래와 완판 소식을 전했지만, 현장에서는 관람객의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여러 가격대에서 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참가 갤러리 전반의 판매가 개선됐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키아프의 시장적 성과는 개별 성공 사례와 함께, 중소 갤러리와 다양한 작가에게 구매 수요가 얼마나 분산됐는지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람객 집계와 시장 성과의 구분
 
올해 키아프의 전체 방문객은 약 8만 명으로 지난해 약 8만 2,000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개막 첫 이틀은 전년보다 5~10% 늘었으며, 프리즈가 폐막한 뒤 키아프만 열린 마지막 날에도 약 8,000명이 방문했다. 이는 관람 수요가 유지됐음을 보여주지만, 신규 구매자나 작품 거래의 증가를 직접 입증하는 수치는 아니다.
 
한국화랑협회는 시장의 점진적인 회복을 언급했으나, 전체 거래액과 판매율, 전년 대비 판매액 증감은 공개되지 않았다. 개별 갤러리의 판매정보 역시 공개 범위가 달라, 현재의 자료로 전체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람객 수는 행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가격대별 거래, 신규 구매자의 참여, 갤러리별 판매 분포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정보를 축적해야 주최 측의 평가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특별전에 참여한 강군의 〈디스파라투스 I〉 사진: Kang Kun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콘텐츠의 깊이와 전문성
 
프리즈와 키아프의 차이는 한국 작가와 작품을 온라인에서 소개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프리즈는 참가 갤러리의 출품 정보를 작가의 작업 과정, 미술관 전시, 도시의 문화적 맥락과 연결해 콘텐츠로 제작했다. 오묘초의 작업을 다룬 영상은 작품의 제작 과정과 문제의식을 설명하면서 참가 갤러리와 부스 정보로 이어진다. 주요 출품작을 소개하는 기획 글에서도 작가들의 미술관 전시와 활동을 함께 다뤘다.
 
이러한 편집은 개별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주목받는지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 관람객은 방문 전에 작가를 살펴볼 수 있고,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는 관심 있는 작업을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다. 확인한 콘텐츠를 비교하면 프리즈는 작품 소개와 전문적 맥락, 실제 관람 정보를 연결하는 데 보다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키아프도 공식 리드 미디어인 마리끌레르 코리아를 통해 하이라이트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만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갤러리의 전시 소식과 프로그램 안내가 중심을 이뤘으며, 작가별 콘텐츠를 페어의 전체 구성과 연결해 제시하는 편집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콘텐츠의 전문성은 작업이 형성되고 변화한 과정, 작품의 미술사적 맥락, 동시대적 의미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가에서 드러난다. 한국 미술을 국제적으로 소개하는 아트페어라면 해외 관계자가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


키아프 프리즈 홈페이지 캡처화면

웹사이트와 아카이브의 연속성
 
아트페어의 웹사이트는 행사 전에 방문을 준비하고, 행사 이후에도 관심을 가진 작가의 자료를 다시 찾아보는 공간이다. 해외 관계자에게는 서울을 떠난 뒤 갤러리와 작가를 계속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9월 14일 확인한 키아프 홈페이지의 영상 목록에는 2025년 RECAP·SNAP·TEASER와 이전 연도의 영상이 제시돼 있었다. 과거 특별전과 토크 프로그램의 아카이브도 존재하지만, 확인한 목록은 2024년까지의 항목이 상단에 놓여 있었다. 개별 자료의 존재와 별개로, 최근 행사와 과거 기록을 연결해 보여주는 업데이트와 편집이 필요하다.
 
25년 동안 개최한 행사의 기록은 키아프가 한국 미술시장에서 수행해 온 역할을 설명하는 자산이다. 연도별 주요 전시와 작가, 인터뷰와 토크, 현장 기록과 공개된 성과가 연결돼야 과거 자료를 현재의 작가 소개와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외부 매체에서 제작한 콘텐츠 역시 공식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이러한 운영은 참가 갤러리와 작가에게 행사 기간을 넘어선 노출 기회를 제공한다.


마리 클레르의 키아프 2026 홍보화면 /사진: 마리클레르 웹사이트

홍보의 방향과 미술의 전문성
 
패션·라이프스타일 매체와의 협업은 미술에 대한 관심을 넓힐 수 있다. 동시에 아트페어가 유명 인사와 행사 분위기, 취향과 소비의 이미지로 주로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홍보의 도달 범위가 넓어질수록 작품에 대한 이해도 함께 깊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마리끌레르는 키아프의 공식 리드 미디어로 참여했다. 이러한 협업에서 중요한 것은 키아프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편집 방향과 전문적 기준을 얼마나 분명히 제시하는가이다. 콘텐츠의 주제와 설명 방식, 어떤 작가와 작품을 주목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에는 아트페어의 정체성이 반영돼야 한다.
 
행사의 화제성과 세련된 이미지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대신할 때, 미술의 가치가 라이프스타일 소비의 매력으로 축소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노출은 관심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관심을 작업세계와 미술사적 의미에 대한 이해로 발전시키는 콘텐츠가 뒤따라야 한다. 홍보의 성과 역시 노출 규모와 함께, 어떤 미술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가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Kiaf HIGHLIGHTS’에서 소개된 중진 작가 10명 / 키아프 웹사이트 캡처화면

참가 갤러리와 작가 선정의 방향성
 
올해 키아프는 국내 갤러리 127곳을 포함한 폭넓은 참가 기반을 유지했다. 이는 한국 미술시장의 여러 층위를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다. 전체 참가 구성을 평가하려면 어떤 갤러리와 작업을 새롭게 발굴하고, 이들의 참여가 키아프의 방향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올해 공개된 소개에서는 이러한 선정의 취지와 전체 구성의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Kiaf HIGHLIGHTS’가 중진 작가 10명을 소개하고 별도의 심사를 통해 고사리와 임노식을 최종 선정한 점은 구체적인 작가 지원의 사례다. 두 작가는 각각 1,0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이러한 별도 프로그램의 성과는 페어 전체의 참가 방향과 구분해 평가할 수 있다.
 
“ArtAsiaPacific”은 올해 키아프에서 검증된 주요 작가와 구매 부담이 낮은 작품 사이의 중간 영역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다고 분석했다. 전체 거래 통계가 아닌 현장 관찰에 근거한 평가지만, 중견 작가와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충분히 소개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키아프의 선정 방향은 어떤 갤러리가 참가하는지와 함께, 어떤 작가의 활동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할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갤러리와 작가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며, 이후 전시와 콘텐츠, 국내외 관계자와의 연결로 이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공간의 변화에서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2027년 프리즈 서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이전하고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는다. 양측의 파트너십은 2031년까지 이어지지만, 같은 건물에서 관람객과 컬렉터의 동선을 공유하던 조건은 달라진다. 키아프가 자체적으로 방문과 구매의 동기를 만들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올해 키아프는 관람 환경을 개선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는 참가 갤러리와 작가의 선정, 전문적인 콘텐츠 제작, 웹사이트와 아카이브의 운영을 하나의 지속적인 소개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행사에서 만난 작가를 이후에도 살펴보고, 전시와 구매를 위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아트페어 운영의 중요한 과제다.
 
2027년 분리 개최 이후 키아프의 경쟁력은 자체적으로 컬렉터를 유치하고, 그 관심을 참가 갤러리의 거래와 작가의 활동 확장으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드러날 것이다. 25년간 축적한 기반을 활용해 한국 미술의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지가 이제 키아프가 제시해야 할 방향이다.


 
참고자료

Kiaf SEOUL 공식 웹사이트, Kiaf HIGHLIGHTS, 특별전 아카이브, 토크 프로그램 아카이브. 웹사이트 구성 확인: 2026년 9월 14일.
Kiaf SEOUL, “Kiaf SEOUL 2026,” e-flux Announcements, 2026년 7월 20일.
뉴시스, 「[키아프서울 2026] 넓고 쾌적해졌다…“프리즈보다 많네”, 2026년 9월 2일.
뉴시스, 「“프리즈보다 많았다”…넓고 화려해진 키아프 8만명, 판매는 ‘온도차’, 2026년 9월 7일.
Artsy, “What Sold at Frieze Seoul 2026”, 2026년 9월. 키아프 판매 결과 포함.
연합뉴스, 「키아프·프리즈 폐막…젊은 컬렉터 늘고 작품 거래도 활발」, 2026년 9월 6일.
더벨, 「최고가 낮아진 프리즈·관람 경험 넓힌 키아프」, 2026년 9월 7일.
Aju Press, “At Kiaf and Frieze, Seoul’s Art Crowds Come Before the Buyers”, 2026년 9월 3일.
Frieze, “Meet Me in Seoul: Omyo Cho”, 2026년 8월 13일.
Frieze, “What Not to Miss at Frieze Seoul This Year”, 2026년 8월 21일.
마리끌레르 코리아, 「10 HIGHLIGHTS | 키아프 하이라이트 작가 10 인터뷰 #1 고사리」, 「#4 임현정」, 2026년 9월.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아트 데이 & 나잇 2026 현장 기사, 2026년 9월 7일.
Korea JoongAng Daily, “Frieze, Kiaf to Shine ‘Spotlight’ on ‘Coexistence’ in Final Year Under Same Roof”, 2026년 8월 19일.
뉴스1, 「고사리·임노식, ‘키아프 하이라이트 2026’ 최종 작가 선정」, 2026년 9월 3일.
ArtAsiaPacific, “Kiaf SEOUL at 25: A Market Split”, 2026년 9월 11일.
Frieze, “The Breadth of Asia’s Art Market Takes Center Stage at Frieze Seoul 2026”, 202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