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병소 작가(1943-2025) ©우손갤러리
지난 11일,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최병소 작가(1943-2025)가 향년 82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난 최병소 작가는 중앙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대구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했다. 그는 국내 최초 현대미술제인 《대구현대미술제》의 창립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그는 1977년 도쿄 센트럴 미술관,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81년 브루클린 미술관과 서울
국립 현대미술관 등 주요 그룹전과 2012년 대구 미술관 그리고
2016년 프랑스 생떼띠엔 근현대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포함되었다.

故 최병소 작가(1943-2025) ©우손갤러리
최병소는 1974년 《한국 실험작가》전과 1974-78년 《대구현대미술제》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개념적 설치 작업과 같은 전위적 실험 예술을 다수
보여 주었다. 또한, 그러한 작업들은 존재와 부재 그리고
허상과 실체에 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의 후기 작품과 맥락을 함께 했다.
최병소, 〈무제 - 0151126〉,
2015, 신문에 볼펜과 연필, 47x32cm ©우손갤러리
최병소가 신문지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한 70년대는 기존의
보수적인 고정관념과 형식을 거부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전위적 예술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전개되는 반면 사회 내부적으로는 유신 체제하에 언론은 통제되고
표현과 소통은 억압된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던 30대 초반의 청년 최병소에게 신문은 당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매체였지만 제구실을 하지 못한 언론에 분노하여 신문 기사를 볼펜으로 지우기 시작한 것이 그가 신문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최병소의 작업 방식은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신문지 위에
연필과 볼펜으로 선을 긋고 또 그어 새까만 선들이 전면을 덮고 마찰에 의해 종이가 군데군데 찢어져서 물리적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작업이 불가능
할 때까지 지속하는 작업이었다.

《최병소: 무제》 전시 전경(우손갤러리, 2025) ©우손갤러리
신문지 위에 까맣게 칠해진 표면은 언뜻 보기에 모두가 같아 보였지만 작가의 창조적 의지에 의해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노동과 시간은 예술적 실천으로써, 작품 한 점 한 점 속에 축적되어 하찮은 일상적 대량 생산물에
유일한 가치를 부여하고 일시적인 것을 영원히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었다.
최병소 작가는 지난 4월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개최된 개인전 《최병소: 무제》를 마지막으로 관객과 예술적 소통을 나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