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윌로는 박지형 큐레이터가 기획한 한상아 작가의 개인전 《살과 섬광》을 7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본질주의적 시각으로서의 여성성으로
회귀하기를 거부하는 원초적 상태로서의 몸의 의미를 탐구하는 평면과 입체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한상아는 인간의 몸을 합성적이지만 고정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여성을 암시하는 재현적 기호는 대부분 소거되거나 아주 작은 파편만 남게 되어 점차
그 자리를 비인간 객체의 틀이 대신하게 된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마디에서 서로 꿰메지거나 뒤섞여 변종의
모습을 하고 무대에 선다.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엄마로서 발견한 생명의 탄생과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여러
감정적, 정신적, 신체적 감응을 비정형의 부드러운 조각으로
엮어내던 그는 최근 보다 근원적인 상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작은 인간과 비인간의 몸이 각자의
세계에서 출발하여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고 분리되는 역동적인 순환의 과정을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연출해낸다.
그의
초창기 작품이 다루었던 여성의 몸이 개인적 서사와 사건을 담아내는 인과관계의 배경에 가까웠음을 상기한다면 이제 태어난 개체들은 존립 방식 그 자체로
대화를 걸어온다. 요컨대 작가는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가장 생경하고도 멀리 있는 몸이 어떻게 충돌과 융화의 과정을 거쳐 재구성 되는지 언어화기에 이른다. 한상아는 그렇게 기괴하고 환상적인 구조가 깨우는 감각들을 천천히 좇으며 여성의 잠재력을 하나씩 빚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