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밖 국제 아트 레지던시 설계안 당선작. / ⓒ 스케일 아키텍처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국내외 예술인을 위한 국제 레지던시가 들어선다. 지난 6월 1일, 사단법인 자문밖문화포럼은 자문밖 국제 아트 레지던시 건축 설계안 공모에서 건축가 하태석(스케일 아키텍처) 대표의 설계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자하문 밖’을 줄인 자문밖 지역은 구기동, 부암동, 신영동, 평창동, 홍지동을 아우르며, 북한산과 인왕산 자락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100여 개의 미술관, 갤러리, 공방이 밀집해 있는 서울 대표 예술 지대다.

영화 ‘기생충’에 나와 유명해진 자하문 터널로 연결되는 계단

자문밖 국제 아트 레지던시는 연면적 약 700평 규모,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건립된다. 입주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공간은 물론 공동 작업실, 세미나실, 전시장, 커뮤니티 라운지, 공방 등 복합 문화 시설을 갖춘 ‘거주-창작-교류’ 통합형 창작 인프라로 조성될 예정이다. 착공은 2025년, 1단계 개관은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공개발이 아닌 민관 협력 모델이다. 종로구청은 행정 절차와 인허가 지원을 맡고, 자문밖문화포럼은 건립 자금 조달과 설계를 진행한 뒤, 완공 후에는 해당 시설을 종로구에 무상 기부할 예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 모범 사례로 주목된다.
 
자문밖문화포럼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순종 이사장을 중심으로 설립되었으며, 수석 부이사장에는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 부이사장에는 박영남 국민대 회화과 명예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평창동 일대에 임시 레지던시를 운영 중이며, 2020년 개관한 ‘자문밖 아트레지던시’는 매년 10여 명의 신진 및 중견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과 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5기 입주작가 공모는 2025년 1월까지 진행되며, 최종 입주 작가는 2월부터 12월까지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문밖 레지던시 전경. / ⓒ종로구청 제공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문밖 레지던시 내부모습. / ⓒ자문밖레지던시

‘자문밖 살롱’ 진행 모습 / ⓒ자문밖문화포럼

이순종 이사장은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 자르(Cité des Arts)를 벤치마킹하여, 자문밖 국제 아트 레지던시를 단순한 창작 공간이 아닌 서울형 국제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예술과 디자인 산업의 융합을 통해 지역과 세계를 잇는 국제 문화 교류의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 자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는 1965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예술가 레지던시로, 매년 100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창작과 교류를 이어가는 국제 예술 거점이다. 파리 중심지인 마레 지구와 몽마르트르에 위치하며, 스튜디오, 숙소, 전시 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 전 세계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국제적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레지던시로 꼽힌다.

시테 데 자르(La Cité Des Arts) / 라틀리에 아키텍츠(L’Atelier Architectes) / © 에르베 두리스(Hervé Douris)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자문밖 레지던시가 지역 창의예술마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기반으로 민관이 협력해 조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가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심부, 자연과 도시, 역사와 예술이 교차하는 ‘자문밖’에 조성되는 이번 국제 레지던시가 단순한 미술 공간을 넘어, 한국형 글로벌 레지던시 모델의 실험장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