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Hanna Hur: 8” ©DOOSAN Gallery

두산갤러리는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디안 작가 한나 허(Hanna Hur, b. 1985)의 국내 첫 개인전 “한나 허:8”을 1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가 지원의 대상을 한국 국적의 예술가에서 한국계 디아스포라 예술가로까지 확장하는 시도로,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장혜정과 뉴욕 기반 큐레토리얼 오피스 C/O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Y. 류(Christopher Y. Lew)가 공동 기획했다.

Installation view of “Hanna Hur: 8” ©DOOSAN Gallery

한나 허는 회화와 설치를 통해 우리의 시지각 체계를 시험하는 복잡한 화면을 구성하며, 구체적인 현실 너머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세계에 다다르기 위한 탐구를 이어오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나 허는 대형 회화 연작을 선보이는데, 이는 전시장에 기둥처럼 세워진 네 개의 벽 안팎에 등을 맞대어 걸리며 하나의 설치 작업으로 작동한다.

안과 밖이 공존하는 벽에 명확한 순서 없이 걸린 작업은 관객을 자발적으로 동선을 만드는 행위자로 변모시키는 “상황(situation)”을 연출하고, 자신의 움직임을 통해 스스로 외부와 내부를 정의하도록 유도한다.

Installation view of “Hanna Hur: 8” ©DOOSAN Gallery

한편 윈도우갤러리에는 한나 허가 직접 초청한 동료 작가 나미라(Na Mira)의 신작 〈Chord〉(2024)가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나미라는 한나 허 작업의 주재료가 되는 시각적 효과와 색상 모티프를 참조하여 새로운 설치 작업을 제작했다.

그는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의 인식 가장자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는데, 특히 그의 작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빨간색은 빛이 희미해질 때 시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색으로, 지각 너머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통로로서 활용된다.

이번 설치 작업은 거울과 빨간색 유색 필름을 활용해 두 개의 상반된 공간을 만들며, 비워지고 채워짐이 반복되는 현상학적 공간을 창조한다.

“한나 허: 8”은 한나 허 회화 고유의 특성과 이에 상응하여 섬세하게 구축된 환경, 확장된 협업의 방식을 통해 인식의 경계를 끊임없이 흐트러트리고 여닫는다. 그리고 관객은 현실을 초월한 고양된 시각적, 신체적 경험의 문턱(threshold)에 위치하게 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