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관 XR랩의 두 번째 전시로 정연두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5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오감도(烏瞰圖)”전은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커미션(의뢰)한 첫 작품으로, 정연두 작가(b. 1969)의 신작이자 실감 미디어 작품이다.
울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되는 ‘오감도’는 시인 이상(1910~1937)의 동명 연작시 ‘오감도(烏瞰圖)’에서 영감을 받았다. 제목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상태의 그림을 말하는 ‘조감도’라는 단어에서 ‘새 조(鳥)’의 획 하나를 빼 ‘까마귀 오(烏)’로 바꾼 것이다. 즉, ‘오감도’는 까마귀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인간 세상이다.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대 도시인의 삶을 서식지를 찾아 여행하는 까마귀 떼에 비유한다. 매년 철이 되면 까마귀들이 울산시를 찾았다가 다시 떠나는데, 작품에는 까마귀의 시선으로 본 울산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수 안코드(Aancod)는 백인이지만 일본인 부모 밑에서 자라 한국에서 성장한 인물로,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의 모습은 마치 철마다 울산을 찾아왔다 떠나는 자유로운 까마귀와 비슷하기도 하다.
한 인터뷰에서 정연두 작가는 ‘오감도’에 대해 “그 누구든지 계속 이주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 속에서는 어딘가에 마음을 두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것은 새로이 이주해오는 사람이나, 살던 곳을 두고 떠난 사람이나 다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지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정연두 작가는 사진, 영상,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현대 사회가 품는 환상을 작품으로 구현한다. 특히 현대인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소재 삼아 우리 삶 속에 잠재한 실상과 허상, 표면과 내면, 현실과 소망이 항상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정연두 작가는 2001년 대안 공간 루프에서 개인전 “보라매 댄스홀”을 개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댄스 스포츠는 서양의 고급 문화였던 사교 댄스에서 유래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문화권으로 확산되면서 형태와 의미가 변화되었고 한국에서는 기혼자에게는 부적절한 취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정연두 작가는 이러한 댄스스포츠의 변화된 사회 문화적 의미의 아이러니함을 담아내면서도 낭만이 반드시 젊음이나 부유함과 같은 조건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정연두 작가는 2007년 사진 영상 분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08년에는 6개의 주제로 무대가 계속 변형되는 모습을 편집 없이 원 테이크로 촬영한 85분 길이의 영상 작품 ‘다큐멘터리 노스텔지아’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소장품으로 들어가면서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 외에도 한국의 리움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도쿄의 현대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등 전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정연두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정연두 작가는 또한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