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국내 미술 시장은 많은 기대 속에 수많은 예측으로 바쁘게 돌아가던 해였다. 2022년을 떠나보낸 지 벌써 한 달이 되어 가는 지금, 한국 미술품 감정 연구 센터에서는 지난 1월 18일에 2022년의 흐름과 2023년의 전망을 내다본 ‘2022년 미술시장 현황보고서’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프리즈 서울 개최와 함께 국내 미술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젊은 작가와 컬렉터들이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 국내 초현대미술(ultra-contemporary) 작가들에 대한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경매 시장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젊은 작가군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출품 수량이 조정되었고 낙찰 총액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형태, 우국원, 김선우 작가는 경매 시장에서 특히 선호되고 있는 작가들로, 이들의 작품은 지난해 모두 100%의 낙찰률을 보였으나 낙찰 총액은 2021년에 비해 하락하거나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우국원 작가는 지난해 대비 57.8% 감소한 15억 8000만 원, 문형태 작가는 66.7% 감소한 2억 원의 낙찰가를 올렸다. 김선우 작가는 10억 2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낙찰 총액이 4% 상승해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경매 시장에서 한국의 초현대미술 작가들의 생존 기간이 약 6개월에 그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한국 미술 시장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뜻으로, 국내 컬렉터들이 여전히 개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입소문을 통해 작품을 구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 특히 초현대미술 시장의 침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동시대(Contemporary) 경매 매출은 2021년 대비 15.8% 하락했으며, 초현대미술 시장 매출은 2022년 3억 530만 달러로, 3억 9580만 달러를 기록했던 2021년보다 22.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아시아 지역에서 신진 작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홍콩에서 이뤄진 신진 작가 거래는 전 세계 총 판매액에서 32.1%를 차지했지만 2021년 1억 4230만 달러에서 지난해 6380만 달러로 하락했다(뉴욕 45.1%, 런던 22.6%).
문화일보의 장재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수석경매사)는 “해외 시장에도 비슷한 현상들이 있지만, 국내 젊은 작가들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도가 낮아 (경매에서) 가격 하락 폭이 더 큰 것”이라고 봤다. 손 이사는 “국내 시장이 호황이었던 2006년, 2007년에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면서 “15년 전의 상황을 경험한 컬렉터들은 이번 호황기에도 보수적 투자를 하더라”고 전했다.
센터는 손 이사의 언급대로 2023년 미술 시장은 보수적인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술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는 직접 투자보다는 아트 펀드, 미술 신탁, 조각 투자와 같은 간접 투자 형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센터는 이러한 흐름이 더해질수록 가격과 진위에 대해 더욱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특히 앞으로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M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마찬가지로 예술을 즐기기 위해 작품을 소장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경향도 강하다. 센터는 온전한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품에 접근하는 미술 시장일수록 더더욱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 단계가 있어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 투자 상품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2022년 6월 아트프라이스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의 동시대 미술 경매 매출액의 증가폭은 344%였다. 그만큼 보고서는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기대가 마냥 넘겨짚기가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아직 홍콩만큼 확실한 시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글로벌 미술 시장은 한국 미술 시장을 기대해 볼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는 다만 지난 프리즈 서울의 경우를 보았을 때, 프리즈와 해외 갤러리, 심지어 국내 컬렉터들까지 김환기, 이배 등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한국 작가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점을 되짚었다. 그리고 한국 미술 시장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 작가를 반드시 국제적 수준까지 키워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