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n bids on a work of art at Seoul Auction..© Seoul Auction.

경제 불황이 예측되는 상황에도 해외 미술 시장은 건재한 모습을 보이는 데 비해 국내 미술 시장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다수 언론 매체의 의견이다. 이들은 특히 비슷한 시기인 11월 마지막 주에서 12월 첫째 주사이 홍콩에서 개최된 서올옥션, 크리스티 그리고 필립스의 경매 결과를 비교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옥션은 썩 만족스럽지 못한 낙찰률을 보였다. 서울옥션은 심지어 성적을 부풀리기 위해 최고가 작품 한 점에 대해 18%의 구매 수수료를 덧붙인 결과를 보도해 ‘낙찰가 포장’을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에 비하면 해외 경매사들은 비교적 좋은 낙찰률을 보였다. 하지만 그 낙찰률 이면에는 어떠한 흐름들이 담겼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서울옥션은 홍콩 경매에 84점을 출품해 약 211억 원 규모로 진행되었다. 비록 완전한 현지 경매는 아니었지만, 이번 홍콩 경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약 2년 반 만에 재개된 것으로 국내 미술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개최되었다. 서울옥션은 “홍콩의 코로나 정책 등으로 인해 출품작 일부만 홍콩 그랜드 하얏트에서 전시하고 경매는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다만 “홍콩 현지에서도 응찰 카운터를 마련, 경매 당일 현장 중계를 보면서 전화 및 온라인 실시간 응찰이 가능”하도록 했다.


Yun Hyong-keun, ‘Umber Blue’ (1976). Courtesy of Seoul Auction.

서울옥션은 일반적으로 70%대 낙찰률을 평작으로 본다. 하지만 오랜만에 개최된 이번 홍콩 경매에서는 65%의 다소 낮은 낙찰률을 보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규모의 절반을 조금 넘긴 125억 원의 결과를 냈다. 경매 시작 전에 출품 취소된 작품이 7점 그리고 유찰 작품이 27점이었다. 낙찰된 출품작은 총 50점으로 이 중에는 미술품이 아닌 ‘희귀 위스키’ 6점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제 상황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고 알려진 블루칩 단색화군으로는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작가의 작품이 5점 출품되었다. 하지만 이 중 팔린 건 2점이었으며, 김환기, 김구림 등 다른 한국 현대 미술 블루칩 작가들의 작업도 유찰됐다. 낙찰 작품으로는 이우환 작가의 ‘다이얼로그’(2015)가 13억 원에, 박서보 작가의 ‘묘법 No. 060409’(2006)가 5억 8000만 원에 판매됐다.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1억 원 안팎의 젊은 작가 또는 새로 떠오르는 대가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배 작가의 ‘브러시스트로크 A22’(2021)가 1억 4000만 원, 정영주 작가의 ‘도시: 사라지는 풍경 515’(2018)가 6200만 원, 장마리아 작가의 ‘무제’(2022)가 2900만 원, 우국원 작가의 ‘블랙캣’(2020)은 9600만 원에 낙찰되었다.

해외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와 필립스의 홍콩 경매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며 1974년 이후 출생한 초현대미술 작가의 작품들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Jonathan Crockett, Phillips Asia Chairman and Auctioneer, is selling lot 8, Gerhard Richter’s ‘Abstraktes Bild (774-1).’ Courtesy of Phillips.

필립스는 베이징의 경매사인 Yongle과 새 파트너쉽을 통해 경매를 진행해 2억6200만 홍콩 달러(수수료 포함 약 3천 360만 달러, 약 440억 원)를 올리고 첫날 데이 세일에서는 84%의 낙찰율, 이틀째인 이브닝 세일에서의 낙찰률은 97%에 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낙찰 총액은 가장 낮은 추정가 2억 1300만 홍콩 달러보단 높았지만 가장 높은 추정가였던 2억8800 홍콩 달러보다는 낮았다.

이브닝 세일의 성적은 6월에 진행한 필립스의 이브닝세일보다 22% 상승했지만, 2021년 봄과 가을 성적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 불과했다.

서울옥션과 마찬가지로 필립스 또한 탑10에 들어가는 블루칩 작가들의 판매 성적은 괄목할 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탑10 작가 작품 중 절반이 추정가보다 낮은 금액대에 낙찰되었고, 그중 3점은 예상치의 하한선을 충족했다. 그래도 탑10 작가들 중 4명의 작가가 경매 기록을 세웠다. 

필립스의 홍콩 경매에서도 한국 단색화 작품이 총 4점 올라갔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 두 점, 박서보 작가의 작품 한 점, 윤형근 작가의 작품 한 점이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가 720만 7500 홍콩 달러(약 12억 480만 원)에 팔렸고, 윤형근의 ‘엄버블루 76’이 88만 2,000홍콩 달러(약 1억 7435만 원)에 낙찰됐다. 나머지는 유찰되거나 경매 시작 전에 취소되었다. 

필립스의 경매에서는 1974년생 이후 작가인 초현대미술 작가들이 활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 홀로웰의 작품 ‘Split Orbs in gray-brown, yellow, purple and carmine’ (2021)은 추정가인 600만 홍콩 달러의 2배에 달하는 금액에 낙찰되었다. 그 외에도 5명의 작가들이 새로운 경매 기록을 세웠는데, 1977년생인 영국 작가 윌리엄 몽크, 1984년생 미국 작가 사라 슬래피, 1994년생 미국 작가 트레이 압델라, 1994년생 영국 작가 미케일라 이어우드-댄, 1997년생 인도 작가 라그하브 바바가 이에 해당된다.

The top lot of the 20th / 21st Century Evening Sale series, Joan Mitchell’s ‘Untitled,’ under the hammer with Jussi Pylkkänen, Global President, Christie’s. Courtesy of Christie’s.

크리스티 홍콩의 벨린 사장은 “이번 경매로 20/21세기 미술 카테고리 아시아 연간 총액은 총 34억 홍콩 달러(한화 약 5687억 원)매출을 거뒀다”며 “크리스티 홍콩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매출로, 중국의 코로나19 락다운 속에도 미술 시장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틀에 걸친 크리스티 홍콩 세일은 8억1780만 홍콩 달러(약 1365억 원)를 기록했다. 해당 성적은 추정치에 들어가는 금액이다. 하지만 지난 세 번의 이브닝 세일 금액에 비하면 그 절반에 불과 했다. 크리스티 홍콩은 올해 5월에는 14억 홍콩 달러(2337억 원), 지난해 12월에는 15억 홍콩 달러(2504억원), 지난해 5월에는 16억 홍콩 달러(2671억원)의 성적을 올린 바 있다.

출품작도 최근 지속해서 약 70여 점을 내놨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총 68점을 내왔다. 20/21세기 이브닝 세일에는 총 51점, 포스트 밀레니엄 이브닝 세일에는 17점이었다.


Anna Park, ‘Is it Worth It?’ (2020). Courtesy of Christie’s.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도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포스트 밀레니엄 이브닝 세일에서는 1점 빼고는 모두 낙찰돼 1억3960 홍콩 달러(약 235억 원)를 올리고, 94%의 낙찰률을 보였다. 가장 높게 팔린 작품 중에는 한국 작가 1996년생인 박안나 작가의 작품도 포함되어 380만 홍콩 달러(약 6억 원)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작가 크리스틴 아이 추의 작품은 16명의 경합 끝에 1030만 홍콩 달러로, 높은 추정가의 5배에 달하는 금액에 판매되었다. 싱가포르의 조젯 첸의 작품도 1300만 홍콩 달러에 낙찰돼 마지막으로 판매되었던 금액의 2배에 판매되었다.

미국 미술 매체인 아트넷은 이에 대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불안 속에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격하게 일어나고 있었으며, 여기에 더해 수요일 경매가 있었던 11월 30일은 중국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몇 시간 후에 경매가 이뤄진 필립스와 크리스티의 경우 경매 결과에 많은 영향이 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의 한 매체는 서울옥션의 결과를 단순히 한국 블루칩 작가에 대한 인기 하락으로 분석하기도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열린 세계 3대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와 필립스의 홍콩 경매 결과를 보면 중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과 세계 경제 불황으로 금액대가 높은 블루칩 작가들에 대한 구매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금액대가 낮지만 잠재력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았다.

하지만 한국 미술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뤘던 한국 미술 시장에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미술 시장이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블루칩 작가들에게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초현대미술 작가 그리고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허리 세대 작가들에 대한 미술사적 맥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