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 갤러리에서는 “PIBI+ : Unnamed Void” 전시가 5월 20일까지 진행된다. ‘PIBI+’는 2018년 처음 시작된 프로젝트로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자 시작되었다. 이번 ‘PIBI+’는 5년만에 다시 기획된 것으로 ‘페인팅’을 주 매체로 하는 세명의 작가들을 통해 한국 동시대 회화의 흐름 중 한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안중경(An Joongkyung b.1972) 엄유정(Eom Yujeong b.1985) 권빛샘(Kwon Bichsaem b.1988)은 ‘회화와 평면’이라는 미술에서 가장 익숙한 대상들을 통해 인물과 풍경에 작가의 내면을 투영하는 근작들을 선보인다.
안중경 작가의 작품에서는 ‘얼룩’이 중요한 요소이다. 얼룩은 대상의 안과 밖으로 스며들어 주변의 존재나 상태에 융화된다. 작품들은 겉보기에 서로 번지고 얽혀 있지만 결과적으로 하나가 된다. 작가에게 ‘얼룩’은 기법이자 흔적, 배경과 인물을 조화시키는 매개로 이를 통해 풍경과 인물이 조화를 이루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엄유정 작가는 복잡한 ‘자연’을 모호하게 단순화시켜 평화로워 보이는 식물 페인팅과 반대로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인간’을 몇 개의 선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인물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식물 페인팅은 수많은 선을 응축시키고 붓의 속도, 두께, 질감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반면 극도로 간결하게 표현한 인물드로잉은 무채색, 무표정이지만 눈빛과 자세의 변화만으로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권빛샘 작가는 어둠과 빛으로 풍경과 형상을 대비시키며 존재에 내재된 생명력을 보여주며 공간을 만들어간다. 생명력이 깃든 어둠 안에서 작가는 세상과 조우하며 관계를 맺고 외부를 주시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엉이, 망원경은 ‘본다 (Seeing)’ 라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보는 행위를 통해 본질에 다가서고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려는 무의식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