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의 조현화랑(Johyun Gallery HAEUNDAE)에서는 숯이라는 물질을 통해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이배(Lee Bae b.1956) 작가의 개인전이 7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검정색과 흰색 중심의 작가의 작업에서 빨간색을 사용한 작품이 최초로 전시된다.
작가는 1989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30여 년간 활동하면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재료로서 숯을 만나게 되었다. 숯은 유년 시절 고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숯은 작가에게 정체성이자 한국적 정서를 함축한다. 검은 숯으로부터 찾아낸 다채로움은 먹빛으로 구현되어 온 동양 정신의 뿌리에서 도약해 현대성과 동시대성을 뛰어넘는다.
작가가 작품에 사용하는 숯은 1000도에서 1100도 사이의 가마에서 2주간 태우고 2주간 식혀낸다. 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본래의 나무 형태와 향이 아닌 단순해진 추상적 형태만 남는다. 이렇게 단순해진 외형 속에는 뜨겁게 지나간 불의 흔적과 이후 연장된 시간의 영속성이 담긴다. 최초로 전시되는 빨간색 작품은 이러한 과정 속에 태어나는 숯과 그 표면에 비치는 매끄러운 빛, 지나온 불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전시장뿐 아니라 반대편의 파라다이스 호텔 앞에도 작품이 전시되는데 작가의 일필휘지 붓질을 묵직한 브론즈 조각으로 제작해 설치해 놓았다.
한편 조현화랑은 6월 8일부터 7월 26일까지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서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 단체전을 진행하는데 20세기부터 현재까지 3세대에 걸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는 전시이다. 전시에는 이배(Lee Bae b.1956), 박서보(Park Seo Bo b.1931), 진마이어슨(Jin Meyerson b.1972) 작가가 참여해 7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장 밖 록펠러 센터의 채널가든에는 이배 작가의 높이 6.5m, 너비 4.5m, 무게 3.6t에 이르는 대형 숯 조각 작품이 설치된다. 채널가든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는 것은 최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