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Beyond》© ARARIO MUSEUM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김지현 작가의 개인전 《너머에》를 7월 19일까지 개최한다.

김지현 작가는 2019년경부터 색 면과 선을 캔버스 화면 전면에 내세우는 ‘무제’ 시리즈에 천착하고 있다. 화면 가득한 색 면 위에 일견 수행적으로 보일만치 채워지는 점과 면의 흔적들. 그 위로 굵은 획으로 이루어진 선이 지나간다.

검은 획 근처 어딘가 종종 붉은 원이 놓여있기도, 마스킹한 흰색 선의 다발, 얇게 울렁이는 옥색의 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몇 가지 손꼽히는 요소들을 김지현은 자신의 조형 언어 삼듯 다양한 화면에 변주하여 배치한다.

형식이 비슷해 보이는 그림은 색이 다르고, 색이 비슷해 보이는 그림은 형식이 다르다. 이 모든 것을 배경으로 두고, 검고 굵은 획이 화면 위 종횡무진 지나간 흔적으로 남아 있다.


Installation view of 《Beyond》© ARARIO MUSEUM

하지만 김지현의 ‘무제’는 간단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얼핏 보기에 회화 평면상 패턴화된 기표들이 무리 지어 조금씩 다른 것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표에 대응하는 기의가 없기에 김지현의 ‘무제’를 도상 해석적으로 접근하면 길을 잃게 된다.

다양한 변주 속에서 등장하는 형과 색은 기의의 논리가 제공하는 의미망에서 벗어나, 김지현의 작품에서 기표 그 자체로서의 존립을 시도한다. 이것은 그동안 발생했던 추상회화의 다양한 시도 일부를 연상시키기도, 화면 안팎의 물질로서의 미술을 현현해보려 했던 후기모더니즘의 작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00년 전 아방가르드의 시도를 개인사 내에서 압축적으로 수행한 김지현은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작업 자체의 물리적 조건을 다시 지시함으로써, 기의없이 떠다니는 기표의 사물성을 획득하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