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진, 〈Strata of Illusi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LOEWE FOUNDATION.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공예는 더 이상 전통 기술이나 기능적 오브제의
범주 안에 머물지 않는다. 재료와 구조, 조형성과 개념을
통해 동시대 조각과 공간 감각을 새롭게 확장하는 흐름 속에서 contemporary craft는 하나의
독립적인 담론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 수상 역시 단순한 “한국
도예가의 국제 수상”보다, 도자라는 매체가 동시대 조형 언어
안에서 어떻게 다시 읽히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박종진의 작업은 일반적인 기물 중심 도예와는 상당한 거리를 가진다. 그의 작품은 그릇이나 장식 오브제보다 구조와 압력, 물질의 축적과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ceramic sculpture, 즉 도자조각의 영역에 더 가깝게 위치한다. 특히 수상작〈Strata of Illusion〉은 종이를 여러 층으로
쌓고 그 위에 도자 슬립을 입힌 뒤 고온 소성을 거쳐 완성된다.
소성 과정에서 종이는 사라지고 도자만 남으며, 표면에는 섬유와 직물처럼 보이는 물질적 흔적이 남는다. 부드럽고
유기적인 표면 감각과 단단한 도자의 물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구조다.
해외 매체들 역시 이 작업을 단순 도예보다 조각적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Wallpaper는 작품을 “porcelain seat
sculpture”로 설명했고, Harper’s Bazaar는 “chair-shaped sculpture”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Artsy는
박종진의 작업이 “rethinks the ceramic medium”이라고 소개하며, 도자라는 매체 자체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그의 작업이 기능적 공예를 넘어 sculptural ceramics 혹은 material-based practice의 맥락 안에서 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종진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형태보다 물질이 변화하는
과정 자체다. 흙은 단순히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재료가 아니라, 압력과
중력, 균열과 수축, 시간과 소멸의 흔적을 드러내는 매개로
작동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최근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materiality와 process-based practice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인간이 재료를 완전히 통제하는 방식보다, 재료가
스스로 형태를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이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박종진,〈Strata of Illusion〉, 2026, 종이와 도자 슬립, 고온 소성 / Courtesy of the artist and LOEWE FOUNDATION.
그의 작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도자와 조각,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를 동시에 넘나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종진은 Design Miami, PAD London, Collect 등
contemporary collectible과 collectible design 영역에서도
소개되어 왔다.
이는 그의 작업이 전통 공예 시장보다 동시대 조형예술과 컬렉터블
디자인의 접점 안에서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공예가 디자인과 조각, 건축적 공간 감각과 결합하며 새로운 collector discourse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로에베 공예상 수상은 한국 도예의 국제적 위상을 단순히 높였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오히려 한국의 재료 기반 조형 언어가 동시대 국제 미술 담론 안에서 새로운 물질 감각과
구조적 조형성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한국 동시대 미술이 회화 중심의 흐름을 넘어 재료성과 구조, 감각과 물질의 층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 역시 박종진의 작업과 함께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년 갤러리모순에서 진행된 박종진 개인전《Bold Layers》전시모습 / 사진 : 갤러리모순

《2026 LOEWE FOUNDATION Craft Prize》전시 전경,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2026년 5월 13일–6월 14일. / 사진: LOEWE FOUNDATION.
오늘날 contemporary
craft는 더 이상 “기술적 공예”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재료와 구조, 시간과 물질을 통해 세계를
다시 조직하는 하나의 조형 언어에 가깝다. 박종진의 세라믹 스컬프처는 바로 그 변화의 흐름 안에서, 도자라는 오래된 매체를 동시대 조각의 감각으로 다시 확장하고 있다.
작가
소개

박종진 작가 / 사진 : 박종진
박종진 (b. 1982)은
도자를 기반으로 조각적 구조와 물질의 변형 가능성을 탐구하는 한국의 세라믹 스컬프처 작가다. 국민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한 뒤 영국 Cardiff Metropolitan University에서 세라믹을 연구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도예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작업은 종이와 도자 슬립,
고온 소성 과정을 결합하여 물질의 축적과 소멸, 구조와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최근 Design Miami, PAD London,
Collect 등 국제 collectible design 및 contemporary craft 플랫폼에서 소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LOEWE FOUNDATION
Craft Prize는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LOEWE 산하 재단이 2016년부터 운영해온 국제 공예상이다. 전통 기술의 보존보다 재료
실험과 조형성, contemporary craft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동시대 공예·조각·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을 선정해왔다. 현재 이 상은 국제
contemporary craf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공예를
동시대 미술 담론 안에서 새롭게 재맥락화하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로에베 재단은 1988년, 창의성을 높이고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시학, 댄스, 사진, 예술, 공예 분야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로에베 재단은 2002년
스페인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순수 미술 공로상 금메달(Gold Medal for Merit in the
Fine Arts)을 수상했다.

로에베 린치(Enrique Loewe Lynch)와 셰일라 로에베(Sheila Loewe) / 사진: 로에베 재단
로에베를 창립한 가문의 4세대
구성원인 엔리케 로에베 린치(Enrique Loewe Lynch)가 민간 문화 재단으로 설립한 로에베
재단은 현재 그의 딸 셰일라 로에베(Sheila Loewe)의 지휘하에 운영되고 있다.
셰일라 로에베는 재단의 수장으로서 공예 및 시학을 주제로 한 영예로운
국제상, 최고의 예술 축제와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과 무용 분야의 후원을 포함한 재단의 핵심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다.
전시정보
전시명:《2026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기간: 2026. 5. 13 — 6. 14
장소: National Gallery Singapore
주소: 1 St Andrew’s Rd, Singapore 178957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료: 무료입장
웹사이트: craftprize.loewe.com, National Gallery Singap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