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국내 미술 시장은 굵직한 행사가 없어 비교적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아트부산에서 작년에 첫선을 보인 페어 브랜드 ‘디파인 서울’ 덕에 이번 10월의 끝자락은 예년에 비해 둘러볼 거리가 생겼다. 이번 글에서는 디자인으로 국내 아트 페어의 영역을 확장한 디파인 서울과 파인아트에 국한되지 않은 특색 있는 다른 페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디자인design’과 ‘파인아트fine art’의 앞부분을 따온 합성어로, 디자인과 파인아트의 영역을 연결하고 나아가 예술을 대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define’한다는 의미의 ‘디파인 서울 2024’가 다가오는 10월 30일(수)부터 11월 3일(일)까지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에서 5일간 열린다. 3곳의 거점 공간을 중심으로 성수동 일대를 넓게 활용했던 작년과는 다르게 건물 한 곳에서 진행하여 관람 동선을 간소화함으로써 피로도를 줄이고 관람에 보다 집중하고자 했다.
‘디파인 서울 2023’의 경우, 국내외 갤러리, 디자인 스튜디오, 프리미엄 브랜드 25곳이 참여하였으며, 5일간의 행사 기간에 6천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여 화제성을 입증했다. 판매 실적 면에서도 첫 회로 보자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다양한 형태의 입체 작품을 통해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탐색하는 홍승혜 작가의 솔로 부스로 구성한 국제 갤러리는, 디자인과 파인아트가 적절히 어우러지길 원하는 디파인 서울의 지향점과 맞아떨어지는 모습으로 많은 호평을 얻었다. 이러한 호평은 판매로도 이어져 총 15점의 작품을 판매하였다.
디파인 서울로 한국에 처음 진출한 제네바와 뉴욕 기반의 갤러리 필리아는 작년에 제롬 페레이아의 서스펜션 조각을 판매했다. 제롬 페레이아의 작품가는 조각의 경우 약 1,000만 원 정도, 조명의 경우 약 2,900만 원부터 1억 900만 원까지의 가격대이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에프레미디스 갤러리에서는 토니 저스트의 대형 회화 작품인 〈Listening to witches〉를 비롯해 아우라 로젠버그의 회화 및 렌티큘러 작품을 판매했다. 아우라 로젠버그의 회화는 도상과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대략 1,100만 원에서 4,000만 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채율에서는 정광복 작가의 옻칠 가방 작업 4점(〈컬렉터 시리즈〉의 경우 9x9cm 기준 6만 원)과 정윤영(Yunyoung Jeong) 작가의 페인팅 다수(50x50cm 작품 기준 150만 원)를, 탕 컨템포러리에서는 전광영 작가의 〈Aggregation22-SE229〉(2022)를 2억 8,000만 원에 판매하는 등 참여 부스 곳곳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외 40여 개의 갤러리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할 예정인 디파인 서울2024에서
주목해 볼 부스로는 이탈리아-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지오파토
& 쿰스가 있다. 작년 디파인 서울에 참여했던 지오파토 & 쿰스는 현장 판매 외에도 커스텀 작품에 관한 구매 요청을 40건이
넘게 받았다.
국내에서의
뜨거운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9월 한화 라이프플러스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살롱한남 2024’의 한 섹션에서 매화를 연상시키는 조명이 전시되었고, 갤러리 신라에서도 10월 20일까지
전시가 진행되며 디자인 피스를 넘어 하나의 아트 피스로서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인 조명으로는 한국의
매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만개한 매화 나뭇가지 형상의 조명 〈매화〉가 있다. 가격의 유리로 만든 ‘매화’의
개수에 따라 달라지며, 〈Maehwa Chandelier Flow
26〉의 경우 3,800만 원대에 거래된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참가 부스로는 일본 도쿄 기반의 화이트스톤 갤러리가 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소속의 대표
작가로는 에가미 에츠(Egami Etsu), 츠보타 마사유키(Tsubota
Masayuki), 정해윤 등이 있다. 에가미 에츠는 떠오르는 일본계 신예 작가 중 하나로, 120호 크기의 유화 작업이 약 4,000만원에서 5,200만원 가량에 판매되며, 이보다 작은 20호 크기의 작품은 약 1,500만 원대에 거래된다. 정해윤은 옥션에서도 인기리에 거래되는 작가로, 2023년10월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에서 50호 작품이 1,200만 원에 거래된 이력이 있다.
디자인과
파인아트 사이의 밸런스를 이루고자 하는 디파인 서울이었지만 작년 디파인 서울은 파인아트에 좀 더 치중되었다는 평을 받았었다. 올해는 디자인적 측면이 보다 강화되어 적절한 균형을 이뤄냈을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2024 인사동 앤틱&아트페어 포스터 ©(사)인사전통문화보존회
디파인 서울 외에도 파인아트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국내 페어가 진행 혹은 준비 중이다. 10월 20일까지 고미술을 다루는 ‘2024 인사동 앤틱&아트페어’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다. 1부 차⋅공예 박람회(9.26~9.29), 2부 앤틱페어(10.3~10.6), 3부 한복페어(10.10~10.13), 4부 아트페어(10.17~10.20)로 구성되어 기간마다 다양한 고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고미술 페어인 ‘앤틱페어’에는 유수의 업체들이 참여하여 고미술 컬렉터들을 만날 예정이다.
11월 중순인 15일에서 17일까지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16: 서울아트북페어 2024’가 열린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열려 온 아트북, 독립출판 페어로, 올해도 200여 팀이 넘는 작가, 출판사, 브랜드가 새로운 작업물로 직접 사람들과 만날 예정이다. 해당 페어는 출판물이라는 공통적인 매체를 다루는 디자이너들의 각기 다른 재기발랄한 디자인을 직접 만나보고 또 소장할 기회로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