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지난 5년간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냉각된 모습을 보였다. 연간 낙찰총액은 약 1151억 원으로, 2020년 불황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작년(1535억 원) 대비 75%, 2021년(3294억 원) 대비 약 35% 수준으로, 시장의 위축이 두드러졌다. 낙찰률도 46.4%로 하락해 지난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2023년의 51.2%, 2021년의 67.47%와 비교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출품작과 낙찰작의 수도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총 출품작은 2만2934점으로, 2023년의 2만7814점에 비해 감소했고, 낙찰작은 1만641점으로 집계되며 2023년(1만4238점)보다도 줄었다. 시장은 2023년 조선백자 중심의 고미술 시즌에서 다시 단색화 중심의 현대미술로 복귀하며 안정적 투자 심리가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작가 성과
 
작가별 낙찰총액에서는 김환기가 약 73억748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하며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이는 2023년 1위였던 이우환의 낙찰총액(약 134억6555만 원) 대비 약 50% 수준으로, 시장 위축의 영향을 보여준다.


김환기의 〈3-Ⅴ-71 #203〉은 올해 단일 작품 최고가인
약 50억 원에 낙찰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김환기의 대표작 〈3-Ⅴ-71 #203〉은 올해 단일 작품 최고가인 약 50억 원에 낙찰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2위는 이우환으로, 작품 시리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꾸준한 시장 선호도를 유지했다. 3위는 이배로, 특히 '붓질' 시리즈가 높은 인기를 끌었다.

경매사별 성과와 특징
 
서울옥션은 약 481억 원의 낙찰총액으로 1위를 차지하며 K옥션(약 436억 원)을 근소하게 앞섰다. 평균 낙찰률도 서울옥션이 49.5%로 K옥션의 42.7%를 소폭 앞질렀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상위 두 경매사의 합산 비중이 약 80%로, 어려운 경기 속에서 대형 경매사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찰된 블루칩 작품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도 이번 불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김환기의 1958년작 <항아리>(추정가 9억5000만~15억 원)는 지난 10월 케이옥션 메이저 경매에서 낙찰되지 못했다. 이 작품은 푸른 보름달과 백자 등 한국적 미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주목받았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김환기 1958년작 <항아리> (50×60.6cm). [사진 제공 = 케이옥션]

이우환의 <조응>(1995) 역시 같은 달 서울옥션 라이브 경매에서 추정가 2억8000만~5억 원으로 출품됐으나 유찰됐다.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우환의 작품마저도 거래 성사가 어려웠던 것이 이번 시장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
 
낙찰된 작품 중에서도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이어졌다. 이배의 <불로부터 M12>(2003)는 케이옥션 11월 메이저 경매에 출품된 100호 작품으로, 단 한 명의 비딩 참여자만 있었고, 결국 시작가인 3억 원에 낙찰됐다.


이배, <불로부터 M12>, 2023, 캔버스에 숯, 160 x 130 cm / © 케이옥션

이는 작품에 대한 경쟁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출품 취소 사례
 
출품 예정이었던 고가 작품들이 철회되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11월, 서울옥션 경매에 추정가 24억~40억 원으로 출품될 예정이었던 김환기의 청록색 전면점화 〈18-II-72 #221〉(1972)은 경매 시작 직전 의뢰자에 의해 철회됐다.


김환기, 〈18-II-72 #221〉, 1972, Oil on cotton, 48.1×145.3cm / ©서울옥션

이러한 현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출품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르별 비중 변화
 
장르별로는 회화와 판화를 포함한 평면 작품이 여전히 약 80%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다. 드로잉과 서예는 소폭 상승하여 각각 5%와 4%의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대체로 안정적인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평면 장르에 대한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 쏠림과 개선 필요성
 
김환기, 이우환 등 특정 작가에 대한 시장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YS 미술품가격지수를 기준으로 김환기의 호당 가격 지수가 100이라면, 이우환은 75.07, 이배는 6.11로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작가별 다양성이 부족하고 투자 심리가 한정된 작품에 집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전망과 대안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올해 미술시장의 침체가 사회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장 회복에 대한 전망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공기관과 기업이 미술품 소비를 장려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협력적인 대안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강조되었다.
 
2024년 미술품 경매시장은 유례없는 침체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경기 둔화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블루칩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거래량과 낙찰가가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의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신뢰 회복과 함께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