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현대는 임충섭(b.1941) 개인전 “획(劃)”을 1월 21일까지 선보인다. “획(劃)”은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갤러리 현대가 기획한 임충섭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 독창적인 조형 언어가 구축되기 시작한 1980년대 작업부터 2020년 근작까지 원로 작가 임충섭의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어떠한 미술 사조와 예술론에도 기대지 않은 채 서양의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다각도로 실험해 온 임충섭의 미적 성취를 집중 조명한다.
임충섭은 회화, 드로잉, 조각, 오브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론에 경계 없이 특유의 조형성을 실험하고 있다. 재료 선택에도 제한을 두지 않으며, 다양한 일상적 사물을 콜라주 하거나 아상블라주 하여 화면에 이색적인 형태와 구주를 담아낸다. 뉴욕 거리를 걸으며 발견한 나뭇가지와 새의 깃털, 나무젓가락, 의류에 쓰이는 털, 공업용 못과 지퍼, 자, 방충망, 두루마리 휴지 등 성질과 쓰임새가 다양한 재료를 한 화면에 배치하거나 중첩한다. “획(劃)”에서는 다양한 매체의 조합으로 이질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평면과 미니멀한 단색조를 가진 부조, 흙을 설치하여 자연의 여백과 조형성을 탐구하는 설치 작업, 실을 재료로 문명의 발전과 자연을 대치하는 작품 등을 선보이며, 그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해 나간 미적 여정을 추적한다.
임충섭은 1941년 충청북도 진천에서 출생하여 유년기를 보냈으며 1964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반추상이나 물성이 강조된 회화 및 설치 작품을 실험하던 그는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지내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뉴욕 생활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작가는 한지를 재료로 미니멀한 드로잉을 제작하거나, 발견된 오브제를 아상블라주하고, 비정형 캔버스 작품과 벽과 바닥을 활용한 설치 작품 등을 전개해 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그는 작품에 더욱 적극적으로 오브제를 활용한다. 작가에게 발견된 오브제는 “현대인의 잠재의식의 흔적을 간직한” 대상이다. 2010년대, 임충섭은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복합적인 형태의 설치 작품을 발표하며 멈춤없는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