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 갤러리는 2024년 첫 전시로 동시대 사진예술의 거장, 토마스 루프(b. 1958)의 개인전 “d.o.pe.”를 4월 13일까지 개최한다. 한국에서 20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전시명과 동일한 그의 최신 사진 시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d.o.pe.›(2022-)는 프랙털 구조에 기반한 루프의 사진 연작으로, 자기 유사적인 유닛들이 최대 290cm 길이의 거대한 테피스트리 화면 위에서 펼쳐진다. ‘d.o.pe.’라는 제목은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1894-1963)의 『지각의 문』 (The Doors of Perception, 1954)에서 착안한 것인데, 헉슬리는 이 자전 에세이에서 인간이 화학적이거나 생체적인 반응으로 의식을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루프는 이와 같은 헉슬리의 생각에 동조하며 자연에서도, 인공적으로도 발견되는 프랙털 구조를 사이키델릭한 형태로 작품에 투사했다. 이로써 진짜 현실과 만들어진 실제의 차이는 무의미해지고, 그 안에서 관람자는 시각적인 초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 출신의 토마스 루프는 1980년대 후반 뒤셀도르프 베허 사진학파의 주요 멤버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이래 대표작 ‹ Porträts › ‹ Nudes › ‹ Substrate ›를 포함, 현재까지 약 25개의 사진 시리즈를 발표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의 중심에서 사진의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해 온 그의 40여 년 작품세계는 20-21세기 사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전적인 초상 사진에서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를 수집·편집한 이미지, 인공위성에서 전송 받은 형상, 알고리즘으로 자동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그의 감도 높은 사진 작업은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며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루프는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국립초상화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뒤셀도르프 K20에서의 개인전과 쿤스트할레 빈,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바젤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의 그룹전 등 전 세계 유수 미술 기관에서 전시를 개최하였다. 그의 작품은 시카고 미술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워싱턴 D.C. 허쉬혼미술관, 파리 조르주 퐁피두센터 등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그는 뒤셀도르프에서 거주 및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