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가 서울 공간에서 스위스 출신 작가 이브 셰러(b. 1989, 졸로투른)의 개인전 “상상(Imagine)”을 5월 5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셰러와 갤러리가 함께하는 첫 전시이자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욕을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그는 그간 할리우드 배우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렌티큘러 프린트 등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 짓는 여러 경계들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들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핑크 오닉스로 만든 조각과 스위스 풍경을 연상시키는 회화, 혼합 미디어 작품 등 셰리의 다채롭게 제작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정체성과 인간 형상이라는 그의 주된 관심사를 더욱 발전시켜 그의 초기작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형적인 인간 형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서 셰러는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이어간다. 가능한 미래, 행복한 과거, 매혹적인 허구 등 특정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꽃을 줍는 소년 조각과 추상화된 꽃의 회화 사이의 관계와 같이 그는 특정 작품 간의 관계를 구축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그뿐만 아니라, 셰러에게 소재는 은유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는 금속이라는 소재가 산업 공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근거하여 금속에서 인간의 속성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인간 피사체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정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금속은 돌의 견고한 내구성과 영원함 간의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돌에서 시간은 숭고한 방식으로 작용하며,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상상해야 하는 것은 특정한 인간 차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자연의 웅장함이다. 특히 핑크 오닉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반투명한 가벼움, 강인함과 부드러움, 유약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과 관련 있다. 이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소재를 통해 셰러는 그의 중심 주제인 가족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고한 사랑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