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호모 두두리”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묻는다. /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인스타그램(@sibf_official)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코엑스 A·B1홀에서 열렸다. 같은 기간 한강 노들섬에서는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제대로 도서전이 개최됐다. 두 행사는 모두 책을 중심으로 열렸지만, 그 형식과 지향점은 서로 달랐다. 하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도서전으로 책의 대중적 확장을 보여주었고, 다른 하나는 도서전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다시 묻는 소규모 대안 도서전으로 마련됐다.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대중적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외 53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 행사다. 올해 역시 약 15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높은 관심을 모았으며,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출판사 부스마다 관람객이 몰렸고, 다양한 책을 직접 살펴보며 새로운 출판사를 발견하려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행사의 또 다른 중심은 북토크였다. 국내외 작가와 문화예술인을 초청한 강연과 대화 프로그램에는 긴 대기줄이 이어졌고, 좌석이 부족해 서서 관람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책은 더 이상 조용히 읽히는 매체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고 경험하는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 / 사진: 서울신문

이런 점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규모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 활발한 관람객 참여는 출판문화가 여전히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세대가 책을 문화적 경험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이번 도서전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전경/사진: 이뉴스투데이

서울 제대로 도서전: 공공성과 다양성을 다시 묻다
 
반면 한강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 제대로 도서전은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이 행사는 도서전의 상업화와 대형화에 문제의식을 가진 약 50개의 출판사가 뜻을 모아 마련한 행사로, 모든 참가 출판사가 동일한 규모의 부스를 운영하며 독자들과 만났다.


서울 제대로 도서전 포스터 ©서울 제대로 도서전

서울 제대로 도서전이 강조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관계였다. 독자와 출판사가 직접 만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출판의 가치에 대해 대화하고, 독립출판과 소규모 출판사의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행사에 참여한 출판사들은 대형 도서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출판사와 독자를 충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출판문화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서울 제대로 도서전 모습 / 사진:한겨레신문



서울 제대로 도서전 모습 / 사진:한겨레신문

이러한 시각은 서울국제도서전을 단순히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출판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가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제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출판시장은 규모의 성장뿐 아니라 다양한 출판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도서전이 남긴 질문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내년부터 행사 공간을 약 30% 확대하고, 참가를 희망하는 출판사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갈등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두 도서전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출판문화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면, 서울 제대로 도서전은 다양성과 공공성이라는 출판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는 미술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 아트페어는 시장을 확대하고 새로운 관람객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비영리 전시공간과 독립 예술공간은 실험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낸다. 어느 하나만으로 건강한 문화 생태계가 유지되기는 어렵다. 시장과 공공성, 대중성과 다양성은 서로 긴장하면서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서울국제도서전과 서울 제대로 도서전은 같은 질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던졌다. 하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다른 하나는 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출판 생태계를 고민한다.
 
결국 올해 서울에서 열린 두 도서전은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이 틀렸다는 결론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출판문화가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확대와 함께 다양성과 공공성 또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책은 더 많은 독자를 만나야 한다. 동시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서울국제도서전과 서울 제대로 도서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두 도서전이 앞으로도 각자의 역할을 이어간다면 한국 출판문화는 더욱 풍부하고 균형 잡힌 생태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